지난해 12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조300억원의 과징금 부과 조치와 함께 부당한 특허 라이선스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받은 미국의 통신칩셋 업체 퀄컴이 엉뚱한 트집을 잡고 있다.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불복소송과 시정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내면서 특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제기한 ‘삼성-공정위 유착설’을 들고나온 것이 그렇다. 퀄컴이 특허남용이라는 본질적 문제에 대해 소명하기는커녕 아무 상관도 없는 특검의 삼성 조사를 끌고 들어와서는 공정위 제재를 무슨 삼성 로비의 결과물로 엮는다는 게 말이 되나. 황당하기 짝이 없다.

퀄컴의 특허 남용은 한국만 문제 삼은 것이 아니다. 일본 중국이 과징금 등의 조치를 내린 바 있고, EU 대만 등이 조사에 나섰으며, 심지어 미국에서도 연방거래위원회(FTC), 애플 등이 소송을 제기했다. 더구나 퀄컴에 피해를 본 기업도 삼성전자만이 아니다. 인텔 애플 등 미국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퀄컴의 위법행위를 한국 공정위에 증언했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퀄컴의 주장대로라면 인텔 애플 화웨이도 한국 공정위와 유착 기업이라는 말인가.

오히려 의혹을 사는 쪽은 다름 아닌 퀄컴이다. 퀄컴은 한국에서 조사가 시작되자 도둑이 제 발 저리듯이 공정위를 극비 방문해 선처해 달라고 했고, 그 뒤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채고는 공정위에 자진시정을 조건으로 제재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동의의결을 신청하기도 했다. 퀄컴 스스로도 특허남용을 인정한다는 방증이다.

그런 퀄컴이 막상 제재조치가 확정되자 “공정위 결정은 한국과 퀄컴의 윈-윈 관계를 무시했다”고 말하더니 특검의 삼성 조사 이후에는 아예 “공정위와 삼성의 커넥션 때문”이라며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게다가 공정위 제재조치에 대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운운하는 것을 보면 퀄컴이야말로 미국 정부와 깊이 유착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물론 특검의 무리한 수사도 논란이다. 삼성을 억지로 엮어 넣은 결과 온갖 예상치 못한 파장까지 생겨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