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에 반격 빌미 준 '삼성 특검'] 삼성 반도체 기밀 공개하라는 국회, 중국에 통째 넘겨주라는 건지…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고객사 대표 등 VIP가 찾아오면 기흥 12라인 일부만 보여준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기록매체 등을 지닐 수 없으며 사진도 찍을 수 없다. 업계 전문가라면 장비가 배치된 사진만 봐도 뭘 얼마만큼, 어떻게 만드는지 알 수 있어서다. 이런 철저한 보안을 기초로 삼성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을 지켜 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오는 27일까지 △주요 공정도 △사업장별 공정도 △공정별 화학물질 목록 및 사용량 △삼성이 자체 개발한 화학물질 △1~4차 협력사 목록 등 반도체 관련 각종 기밀을 공개해야 한다. 28일 ‘삼성전자 직업병 관련 청문회’를 열기로 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요구하고 있어서다. 의원들은 직업병 발병의 원인을 따지기 위해 이런 자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이 자료를 내면 금세 언론 등을 통해 흘러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를 경쟁사가 본다면 세계 최고의 수율을 내는 삼성전자의 비밀을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다.

가장 반길 곳은 중국일 것이다. ‘반도체 굴기’를 앞세워 메모리 생산에 수백조원을 퍼붓기 시작한 중국은 삼성과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에 기술 제휴를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기밀을 공짜로 얻는다면 횡재한 거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의원들이 따져보겠다는 직업병 문제는 막바지 해결 국면에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말 1000억원을 출연해 피해자와 가족 120여명에게 보상해 줬다.

지난 1월 미국 백악관 산하 반도체 워킹그룹은 ‘반도체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지키기 위한 제안’이란 보고서를 내고 “달 탐사 프로젝트에 맞먹는 대대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의 보조금 등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 ‘반도체 굴기’ 대책을 세우기보다 세계 1위인 우리 기업이 기밀을 공개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