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짠돌이', 밖에선 '펑펑'…해외 카드사용 사상 최대
지난해 국민들이 해외에서 쓴 카드 금액이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부진한 내수와 사뭇 다른 풍경이다.

21일 한국은행의 ‘2016년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사용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은 해외에서 카드로 총 143억달러(약 16조6000억원)를 결제했다. 연간 통계로는 사상 최대다. 2015년(132억6400만달러)보다 7.8%(10억3600만달러) 늘었다.

해외여행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 수는 2238만명으로 전년(1931만명)보다 15.9% 급증했다.

카드 사용도 보편화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이 해외에서 쓴 카드는 4692만1000장으로 전년보다 22.1% 증가했다. 이에 따라 카드 한 장당 사용액은 305달러로 전년보다 11.7% 줄었다. 2011년 496달러에 달했던 한 장당 사용액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종류별로는 신용카드 사용액이 102억6800만달러로 전년보다 8.5%, 체크카드 사용액이 36억3100만달러로 12.4% 늘어났다. 직불카드는 4억100만달러로 29.0% 줄었다.

해외 카드 사용액의 증가세는 국내 소비 통계와 대조된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지출 항목에서 민간소비 증가율은 2.4%에 머물렀다. 노후자금 부족, 가계빚 부담 등으로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해외 카드사용액 증가율(7.8%)은 민간소비 증가율의 세 배에 달한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107억800만달러(약 12조4000억원)로 전년보다 6.6%(6억6000만달러) 늘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급감했던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어난 영향이 컸다. 그럼에도 2014년 사용액 수준(115억7000만달러)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