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부지 교환 문제로 장고를 거듭 중인 롯데가 조만간 최종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한다. 미사일 발사, 김정남 암살 등으로 안보위기가 고조돼 더 이상 결정을 미루기 힘들어진 탓일 것이다. 이르면 이달 중 부지교환계약에 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 고위관계자는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계약을 체결하면 내달 15일을 전후해 중국의 대응이 있을 것 같아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정이 임박했다는 소식 때문인지 중국의 압박은 거의 협박조로 치닫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드를 받으려면 중국을 떠나라’며 롯데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롯데 면세점 매출의 70%가 중국 관광객에게서 나온다’거나 ‘사드라는 독주는 액운을 부를 것’이라는 독설도 퍼부었다. 관영 신화통신도 가세해 ‘롯데는 불장난 말라’는 서늘한 논평을 냈다. 억지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힘없는 민간기업을 인질로 삼는 데까지 나아간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엊그제 ‘경제보복을 중단하라’는 윤병세 장관의 공식요구에 ‘중국정부는 모르는 일’이라며 시치미를 뗐다. ‘사드 배치를 유예하라’는 요구만을 되풀이했다. 사드 배치는 동북아의 지역 안정을 깨기 위해 도입하는 새로운 위협수단이 아니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불가피한 조치일 뿐이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데는 대북제재의 구멍을 만든 중국의 책임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거친 대응을 반복하며 죄없는 민간기업까지 겁박하는 것은 중국 스스로의 협량함을 입증할 뿐이다. 더구나 시진핑은 ‘자유무역 지킴이’가 되겠다고 공언한 바도 있다. 중국은 세계가 지켜본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양국 간 갈등의 피해자가 된 롯데도 자성해 볼 대목이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국방부와 부지 맞교환 계약은 늦어도 지난달에 끝났어야 할 일이다. 결과적으로 롯데는 ‘부지제공을 거절하거나 미루라’는 중국 측의 주문을 일정기간 동안 충실히 이행한 꼴이 되고 말았다. 차일피일 미루면서 스스로 국제정치의 늪으로 빠져들고, 사태를 확대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목소리는 귀담아야 한다. 약세를 보일수록 만만하게 보고 더 몰아붙이는 게 국제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