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의원들이 기획재정부에 공공기관 관리기능에서 손을 떼라고 압박한다고 한다. 의원 24명이 기재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위원장을 외부 위원 중에서 호선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국회토론회에서 아예 공운위를 기재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으로 만들자는 의견까지 나왔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공운위 독립론을 들고나온 의도가 무엇일까.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공운위가 기재부에 속해 있어 낙하산 인사를 막지 못하는 데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운위를 독립시킨다고 해도 어차피 외부에서 수행하는 평가업무가 달라질 것도 없고, 낙하산 방지는 더욱 어렵다. 한마디로 핑계에 불과할 뿐 진짜 노림수는 따로 있다고 봐야 한다. 공운위를 독립시켜 노동계의 참여를 보장하자는 등의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는 공공기관이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입한 성과연봉제 등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더구나 공운위를 독립시키면 국회가 위원 추천권을 행사하자고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공운위가 정치권, 노조 등에 휘둘리면서 공공개혁은 물 건너갈 게 뻔하다.

더욱 심각한 건 비슷한 기획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KBS·MBC 등을 겨냥한 방송법 개정안만 해도 그렇다. KBS 이사진을 국회에서 임명하고 MBC의 방송문화진흥회도 국회 의석수대로 이사를 임명하자는 개정안이 이미 나와 있다. 노조에 경영권을 넘기자는 것이며 행정부를 국회의 시녀로 만들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회가 위원 추천권을 행사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은 이미 만신창이다. 교육부를 교육위원회로 바꾸자는 얘기도 나온다. 국회가 감사원을 가져오자는 주장도 그렇다. 미국식 회계감사도 아니고 행정부를 산하기관으로 만들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공공기관·방송은 물론 행정부까지 국회 밑에 둬 대통령제를 껍데기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도대체 이 나라를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