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화 5년' 위기의 서울대] 서울대 '졸속 법인화' 후폭풍...자율은커녕 간섭만 더 늘었다
서울대에 법인화는 곧 ‘자율’을 뜻한다. 교육부가 프린트 비용까지 일일이 정해주던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였다. 2011년 법인화 당시 오연천 총장(현 울산대 총장)은 “정부 직할 교육기관이라는 이유로 받은 제도상의 제한에서 벗어나 자율적 교육·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겠다”며 “이것이 법인화의 시대정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서울대는 예산 독립권을 바탕으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점차 정부 출연금 의존도를 줄여 나가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대의 재정자립도는 법인화 이후 매년 낮아졌다. 정부출연금이 2012년엔 3409억원이었으나 지난해 4551억원으로 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체수입(등록금+대학기업 매출+식당 등 부대수입)은 3360억원에서 3290억원으로 줄었다. 정원 제한, 등록금 동결 등을 감안하더라도 대학 창업 등 다른 수입원을 마련하지 못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법인화 5년의 성적표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외부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서울대 성토장을 방불케했다. 예결위 소속 한 의원은 “서울대가 법인화 이후에도 국가 재정 지원을 받을 이유가 뭔가”라고 질타했다. 서울대 예산은 올해 법인화 5년여 만에 처음으로 25억원이 깎였다.

서울대 내에선 정부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눈치를 봐야 할 ‘시어머니’만 늘었다는 푸념이 나온다. ‘돈줄’을 거머쥔 기획재정부는 서울대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예산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와도 사사건건 대립 중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말만 법인화일 뿐 서울대는 교원 한 명조차 알아서 뽑을 수 없다”며 “미래 유망 산업에 대비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빅데이터 혁신대학원을 설립하려고 해도 교육부와 기재부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졸속으로 처리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법인화법)’의 후폭풍도 적지 않다. 야당 반대로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던 서울대 법인화법은 2010년 12월8일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다른 예산안에 끼워 넣으면서 제대로 심의조차 못한 채 ‘날치기’ 통과됐다.

세금 문제로 지방자치단체와 갈등이 불거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법인화 이전만 해도 서울대는 국가로부터 무상 양도 받은 땅(전국 192㎢)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독립법인이 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경기 수원시, 강원 평창군 등 지자체들이 세금을 납부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