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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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아라 기자 ] 3월 새 학기 개강을 앞둔 대학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기숙사비 부담이 만만찮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를 해결할 수 있던 기숙사가 '민자 기숙사' 형태로 바뀌면서 오히려 대학 인근 원룸이나 하숙 월세보다 더 비싸졌기 때문이다.

24일 한경닷컴이 서울 소재 대학들의 민자 기숙사 거주비용을 조사한 결과 한 학기(이하 4개월 기준)에 주변 원룸 시세보다 40만 원에서 100만 원 가량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연세대 직영 기숙사인 무악학사의 2인실 한 학기 기숙사비(2인실 기준)는 80만~90만 원대다. 반면 민자 기숙사인 우정원은 2인실이 한 학기 135만 원, SK국제학사는 178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SK국제학사의 1인실 비용은 한 학기 264만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1인 기준 주변 원룸 월세나 하숙비와 비교해도 민자기숙사 비용이 훨씬 더 든다. 연세대가 위치한 서울 신촌의 원룸 시세는 대략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50~55만 원 정도다. 하숙비는 월 40만~45만 원선. 4개월치로 환산하면 원룸은 200~220만 원, 하숙은 160만~180만 원 정도 낸다.

SK국제학사 1인실 비용과 비교하면 원룸은 평균 50만 원, 하숙은 100만 원 가까이 적게 들어간다. 학생들이 기숙사 대신 원룸이나 하숙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세대생 김모 씨(교육학과)는 "직영 기숙사는 저렴하지만 수용인원이 정해져 있다. 기숙사 신청에서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원룸이나 하숙을 구해야 한다"며 "물론 민자 기숙사도 있지만 오히려 더 비싸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고려대 건축학과에 재학 중인 박기진 씨(21)도 "민자 기숙사는 비싸다. 평수에 비해 혼자 쓰는 공간도 넓지 않고 공동시설을 이용해야 한다"면서 "그 돈을 내고 민자 기숙사에 들어갈 바에야 차라리 혼자 자취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고려대 역시 직영 기숙사(3인실 기준) 비용은 한 학기 84만 원이지만 민자 기숙사인 프론티어관은 1인실 기준 240만 원을 내야 한다. 월세 50만 원씩 내고 학교 인근 원룸에 혼자 살 경우 실제 부담하는 거주비용이 40만 원 정도 줄어든다.

이런 상황은 다른 대학들도 비슷하다. 건국대 민자 기숙사 쿨하우스의 1인실 한 학기 비용은 224만 원이다. 역시 인근 원룸 월세에 비해 비싼 편이다. 서강대 곤자가 국제학사의 경우 2인실 기준 한 학기 기숙사비가 151만 원이다. 혼자 원룸에서 사는 것에 비해 비용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

방학을 제외하고 1년간 학생이 지불해야 할 등록금과 기숙사비만 1000만 원대 중반 가까이 된다. 별다른 소득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민자 기숙사 비용이 비싼 것은 대부분 민간 기업이 직접 자본을 투자해 기숙사를 지어 학교에 기부채납 하고 10~20년의 운영권을 받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기간 동안 기숙사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내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부담이 돌아온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연세대와 고려대, 건국대 총학생회는 대학들을 상대로 민자 기숙사 비용 책정 과정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의 경영상 기밀이라는 이유 등으로 민자 기숙사 비용이 어떻게 책정됐는지는 대부분 공개되지 않았다.

학교가 비용이 저렴한 직영 기숙사 신축을 추진했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흐지부지된 경우도 있었다. 고려대는 지난 2013년 학교 인근 소유 부지인 개운산에 1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설립계획을 내놓았다.

이듬해 8월 성북구청에 '공원조성계획변경'을 신청했지만 성북구청은 인근 주민 반대를 이유로 허가를 보류했다. '개운산사랑협의회'가 꾸려져 주민 여가권 침해, 환경 파괴 등을 이유로 기숙사 신축을 반대한 것이다. 학생들은 이 단체가 고려대 주변 원룸 업자 등으로 구성됐다고 봤다.

고려대 재학생 김모 씨는 "기숙사 신축으로 장사가 안 될 것을 우려한 인근 원룸 업자들이 반대해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며 "총학생회 주도로 성북구 주소지 이전 운동을 벌였다. 학생들이 동등한 지역주민 입장에서 구청과 구의회에 의견을 내려 했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고 전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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