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맨 오른쪽)는 20일 경남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확신이 섰을 때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홍준표 경남지사(맨 오른쪽)는 20일 경남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확신이 섰을 때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보수가 사면초가 상황이다. 보수를 표방하는 대선주자들의 출마가 잇따르고 있으나 의미 있는 지지율을 나타내는 주자는 안 보인다. 보수 성향 정당 지지율도 범야당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같은 새누리당에 뿌리를 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대기업 규제 강화 등 ‘경제 좌클릭’ 경쟁을 벌이며 중도층 지지 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지지율 정체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 대선 ‘9룡시대’ 재연

당 쪼개고 좌클릭해도 꿈쩍 않는 보수층…'홍 트럼프'가 구원투수?
한국당 대선 후보들의 출마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원유철 의원,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대선 행보를 하고 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팬클럽인 ‘용포럼’ 창립대회를 열고 사실상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안상수 의원은 21일 대선 출정식을 연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김기현 울산시장, 정우택 원내대표, 조경태 의원 등도 경선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의미한 지지율을 얻은 주자는 아직 안 보인다. 리얼미터가 지난 13~17일 전국 성인남녀 252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에 따르면 홍 지사가 1.8%로 9위를 나타낸 게 이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한국당 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주보다 0.5%포인트 떨어진 14.8%를 기록했다.

‘보수 개혁’을 표방하는 바른정당 소속 유승민 의원은 3.9%, 남경필 경기지사는 1.4%에 머물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범야권 대선주자들 지지율이 70% 안팎인 데 비해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범여권 주자들은 20% 정도에 그쳤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이 지난주보다 3.9%포인트 오른 47.7%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리얼미터 측은 “문재인·안희정 두 대선주자의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지면서 지지도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한국당은 15.1%, 국민의당은 11.5%, 바른정당은 5.6%로 나타났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을 합해 20.7%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범야당 지지도 68.2%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보수 대선 후보 득표율이 40% 밑으로 내려간 것은 3자 구도로 치러진 1997년 대선 때가 유일하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보수층 표를 흡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당 등은 긴장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7일 발표한 여론조사(14~16일 시행, 전국 성인 남녀 1003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3%포인트)에 따르면 안 지사는 보수층에서 황 대행(25%)과 비슷한 23%의 지지율을 얻었다. 1월 둘째주 5%, 2월 첫째주 6%, 둘째주 17%에서 급등했다.

한국당은 최근 2심 판결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홍 지사가 당에서 보수 바람을 일으켜 주길 기대하고 있다. 홍 지사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출마한다면) 후보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하겠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한 진영의 후보가 되기 위해 출마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한국당·바른정당, 보수 코스프레”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위기 대처 방안으로 경제정책 진보 아젠다 제시 경쟁에 나섰다. 중도층 지지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등 ‘재벌개혁 정책’에 이어 골목상권 대책도 내놨다.

바른정당은 재벌개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수를 표방한 두 정당이 ‘보수 코스프레(만화 속의 등장인물로 분장해 즐기는 일. 흉내를 낸다는 뜻)’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세한 여론조사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