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총수 공백’ 사태를 맞은 삼성그룹이 매주 수요일에 열던 사장단 회의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20일 삼성 관계자는 “22일 예정된 수요 사장단 회의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음주 수요일도 마침 3월1일 공휴일이어서 사장단 회의는 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이후 수요 사장단 회의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요 사장단 회의는 매주 수요일 삼성 계열사 사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사업과 현안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강연을 듣고 논의하는 자리다.

삼성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 17일 이 부회장이 구속됨에 따라 비상경영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기 전인 지난주 수요일만 해도 삼성은 “구속영장 청구 등 당일 특별한 사안이 없는 한 사장단 회의를 취소할 이유가 없다”며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삼성이 2008년부터 시작한 수요 사장단 회의를 중단한 것은 이례적이다. 연말·휴일 등을 제외하고는 회의가 취소된 전례가 거의 없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삼성 미래전략실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을 벌인 작년 11월23일에도 회의는 예정대로 열렸다. 삼성 관계자는 “수요 사장단 회의는 외부 강연을 듣는 게 목적인 만큼 특검 수사와 직접적 관계는 없지만 이 부회장 구속으로 그룹 안팎이 어수선해 일단 중단했다”며 “향후 계획은 3월 이후 다시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발표한 2017년 미국 내 기업평판지수에서 삼성전자는 75.17로 49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7위(80.44) 등 최근 3년 연속 10위 안에 들었던 것을 고려하면 평판이 크게 나빠졌다. 이 조사는 미국 소비자 2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기업의 비전 및 리더십, 사회적 책임, 호감도, 제품과 서비스, 근무환경, 재무성과 등 여섯 개 항목을 묻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가장 큰 원인은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해리스폴의 조사 시점이 지난해 말(11월29일~12월16일)인 점을 고려하면 특검의 이 부회장 수사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