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서 지난달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 수가 241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6000명 감소했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조선이나 해운 구조조정 여파 탓도 있겠지만 대기업 대부분이 신규 채용을 미루고 있는 게 더 큰 원인이다. 4~299인 기업 취업자 수도 1년 전보다 16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전달(26만4000명)에 비해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다. ‘고용 절벽’이 갈수록 현실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10대 그룹의 신규 채용이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SK그룹, 현대차, LG 정도만 채용 계획을 밝혔을 뿐 나머지 기업들은 채용 계획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장 삼성그룹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일정이 불투명하다.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삼성은 대졸 공채로 1만4000명, 상반기에만 4000명을 뽑았다. 하지만 지금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M&A와 크고 작은 투자결정이 미뤄지는 만큼 채용계획도 덩달아 연기 상태다. 지금으로서는 사원채용 논의 자체가 한가한 얘기다. 삼성그룹의 공채가 아예 사라질 것이라는 루머까지 회자된다.

물론 삼성만이 아니다. 특검은 이미 다른 대기업들도 수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대기업들이 정상적 기업 경영을 할 상황이 아니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수십만 취업준비생에게 돌아간다. 채용 계획조차 알 수 없어 너무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취준생들의 우려가 곳곳에서 들린다. 이들의 실망과 좌절은 결국 특검이나 언론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다. 태극기 집회에 젊은이들이 많이 보이는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공공부문 예산을 조기집행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라고 야단이다. 하지만 그런 일자리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이 만드는 일자리라야 청년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기업을 옥죄고 압박하면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