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 끼운 부가서비스…내 통신비가 '줄줄' 샌다
직장인 강모씨(29)는 얼마 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휴대폰번호 도용방지 서비스’에 가입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강씨가 통신사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담당직원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본인 인증을 할 때 서비스 가입 동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강씨는 그런 기억이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쓰지도 않는 서비스에 매달 1100원씩 내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이의를 제기하자 통신사 측은 환불 처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휴대폰번호 도용방지 서비스’ ‘모바일 안전결제(ISP)’ 등 유료 부가서비스에 가입되는 사례가 많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통신요금에 포함돼 결제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가입된 사실도 모르고 계속 요금을 낼 수 있다.

◆소비자가 요구하면 환불

휴대폰번호 도용방지 서비스는 웹사이트 등에서 인증할 때 이를 문자로 통보해 주는 서비스다. 전화번호가 도용되거나 허위로 본인을 사칭하는 사례 등을 막기 위한 보안 서비스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인증서비스 업체와 제휴를 맺고 월 1100원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료 서비스지만 웹사이트 본인 인증을 할 때 ‘전체 동의’ 항목에 포함돼 있어 자칫 모르고 가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불만 민원이 끊이지 않자 전체 동의 시 일괄 적용되지 않게끔 설정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가입 사실도 모르고 매달 요금을 내는 소비자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년 가까이 요금을 냈다는 이모씨(27)는 “부모님 통장에서 요금이 나가고 있어 부가서비스 항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고객센터에 전화해 공식적으로 항의할 수 있는 사람과 연결해 달라고 하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다가 지금까지 낸 돈을 모두 환불해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100만명이 쓰지도 않는데 가입

모바일 안전결제 서비스도 소비자 모르게 가입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서비스는 신용카드 결제를 할 때 카드번호와 비밀번호를 매번 입력하지 않고 미리 설정한 인증서로 결제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휴대폰에 인증서를 저장하고 이를 통해 단순히 결제하는 것은 무료지만 휴대폰 인증서를 이용해 다른 컴퓨터 등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는 월 550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가입 시 유료와 무료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무심코 서비스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많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모바일 안전결제 가입자 수는 310만여명이지만 실사용자 수는 212만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100만명 정도의 소비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비스에 가입돼 사용하지도 않는 부가서비스 비용을 내고 있는 것”이라며 “오랫동안 쓰지 않는 부가서비스를 통신사가 알려주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부가서비스 가입 안내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