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종 제이컴정보통신 대표가 사생활 보호 필름 ‘뉴플러스’의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김경종 제이컴정보통신 대표가 사생활 보호 필름 ‘뉴플러스’의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2008년, 김경종 제이컴정보통신 대표에게 결단의 순간이 다가왔다. 2005년부터 디지털카메라용 메모리카드 가격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하면서 회사는 경영난에 시달렸다. 급기야 2008년엔 개당 20만원이 넘던 128메가바이트(MB) 메모리카드가 시장에서 사라지더니 용량이 30배 더 큰 4기가바이트(GB) 메모리카드 가격도 1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김 대표는 “10년간 집중해온 메모리카드에 집착하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다른 기업처럼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용 필름으로 활로 개척

제이컴 "IT 사생활 보호필름 60여개국 수출"
제이컴정보통신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공급받아 완성품을 만들어왔다.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자 통신기기 등에 사용되는 ‘특수필름’ 등 소재산업에 눈을 돌렸다. 정보화가 진전될수록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은 다른 사람이 디스플레이 화면을 훔쳐볼 수 없도록 하는 ‘사생활 보호 필름’이다. 관련이 별로 없는 특수용 필름을 제작하겠다고 선언했을 때만 해도 지인들은 하나같이 만류했다. “회사가 어렵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 진출했다가 망하기 십상”이라는 충고도 들었다. 김 대표는 “화학공정을 잘 이해하고 있어 부가가치가 높은 특수필름 제조에 진출해도 승산이 있다”고 밀어붙였다.

사생활 보호 필름이 쓰이는 곳은 스마트폰 외에도 다양하다. 노트북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물론 여객기 탑승객용 모니터에도 제이컴이 제작한 필름이 쓰인다. 보험회사, 은행, 증권사, 보안업체 등 고객 정보를 주로 다루는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국내 사생활 보호 필름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지난해 매출 220억원 중 사생활 보호 필름으로 올린 것이 60%였다.

특수용 필름은 제조 공정이 까다롭다. 국내에서 일정 품질 이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손에 꼽을 정도다. 제이컴정보통신의 경쟁력은 ‘좁은 각도’다. 경쟁사 제품은 보는 각도가 좌우 30도를 넘어가야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 제이컴정보통신 제품은 좌우 25도를 벗어나면 보안이 가능하다. 그만큼 훔쳐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보안용 필름 세계 1위인 3M에 지지 않을 만큼 기술력이 있다”며 “이 분야에서 1위에 오르기 위해 더욱 기술개발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시력 보호 기능도 추가”

최근에는 부가기능을 더한 신제품(모델명 4in1 PB필름)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청색광 차단 기능과 항균 기능, 자외선 차단 기능을 한꺼번에 추가했다. 김 대표는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에 시력 보호에 도움을 주는 청색광 차단 기능을 넣은 것은 업계에선 처음”이라며 “필름에 세균이 살 수 없도록 항균 기능도 더해 병원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제품이 벌써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2개월 새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화재와 우리은행에 각각 2200장, 5000장을 납품했다. 알파문구에는 자체브랜드(PB)로 판매 중이다.

제이컴정보통신은 노트북 전문기업 휴렛팩커드(HP)와 세계 최대 노트북 가방 제조업체 타거스를 통해 24개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오는 4월 홍콩에서 열리는 ‘모바일 전시회’에서 대대적으로 해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자체 브랜드 ‘뉴플러스’를 60여개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고양=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