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내자고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이번에는 공공기관 관리 기능을 기재부에서 분리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기재부에 속해 있어 ‘낙하산 인사’를 막지 못하고 공공기관 경영 평가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를 들어서다. 차기 정부의 조직개편과 관련, 야권 대선 주자 사이에서 ‘기재부 쪼개기’가 거론되는 가운데 공운위 독립도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기재부, 공공기관 관리기능 손떼라" 포문 연 야당
◆공운위원장 외부인이 맡아야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 14명은 공운위원장을 외부 위원 중에서 호선해 선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금은 기재부 장관이 공운위원장을 맡는다.

지난 14일에는 박광온·이용득 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등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공운위를 기재부에서 아예 떼어내자는 의견이 나왔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공운위를 기재부에서 분리해야 한다”며 “공공부문 관리를 전담하는 독립적인 정부기관을 설립해 정권교체에 관계없이 일관성 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특히 노동계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낙하산 못 막는 공운위

야권에서 공운위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정권 실세들이 내려보내는 ‘낙하산 공공기관장’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장 선임은 사장추천위원회에서 3~5배수의 사장 후보를 올리면 공운위에서 이를 2배수로 압축하고, 소관 부처 장관이 두 명 중 한 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절차를 거친다. 공기업 관계자는 “공운위가 추리는 두 명은 청와대 입맛에 맞는 사람과 들러리 한 명으로 구성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했다.

공운위가 제대로 된 공공기관 경영 평가를 하지 못한다는 것도 야권이 문제 삼는 단골 메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전력에 A등급을 준 게 대표적”이라며 “징벌적 성격의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비판이 계속됐음에도 한전 직원들은 공운위의 결정으로 1인당 평균 2000만원에 육박하는 성과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밀어붙이기식으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도 공운위가 야권 인사들의 눈 밖에 난 이유 중 하나다. 공운위는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지난달 대전지방법원은 코레일 등 5개 공공기관 노조가 낸 보수규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해 노조 동의 없이 도입한 성과연봉제에 제동을 걸었다.

◆기재부 “억울하다”

기재부가 공운위를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야당뿐 아니라 다른 부처들도 비판적이다. 사회부처 한 관계자는 “성과연봉제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서 알 수 있듯이 공운위의 성급한 일 처리 때문에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이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기재부는 야권 대선주자들의 정부 조직개편안에서 타깃으로 거론되는 마당에 공공정책 핵심 기능까지 떼어나갈 수 있어 비상이 걸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공운위가 공공기관에 강요한 게 아니라 권고만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평가에 대해서는 “판단의 기준이 되는 편람은 공운위에서 심의 결정하지만 판단은 공운위가 아니라 외부 평가단에서 한다”고 해명했다. 낙하산 인사를 못 막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공운위를 분리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이태훈/김주완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