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반토막 났는데…작년 유류세 23.7조 사상최대
정부가 휘발유, 경유 등 각종 유류에 부과하는 세금의 징수 규모가 지난해 처음으로 23조원을 돌파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석유 제품 소비가 늘어나면서다.

20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유류세(관세와 수입부과금 제외) 수입은 23조7300억원으로 추산됐다. 전년(21조8000억원)보다 8.9% 늘어났다. 지난해 유류세수를 세목별로 살펴보면 교통에너지환경세가 15조3000억원, 교육세가 2조3000억원, 주행세가 4조원, 부가가치세가 2조2000억원 정도 걷힌 것으로 추정된다.

유류세수가 증가한 것은 저유가로 석유제품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2014년 배럴당 96.56달러에서 2015년 50.69달러, 지난해 41.4달러로 2년 동안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휘발유 제품 판매량은 7905만9000배럴로 전년보다 3.3% 늘었다. 경유는 1억6675만7000배럴로 같은 기간 6.6% 증가했다.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은 모두 사상 최대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류세수 규모는 국제 유가에 상관없이 석유제품 소비량에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유류에 대해 L당 정해진 액수로 세금을 부과한다. 종량제 방식이다. 예를 들어 휘발유에는 L당 884.3원의 유류세가 붙는다. 국제 유가가 급락해도 L당 세액은 변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유가 하락 폭에 비해 휘발유 가격 인하 폭이 작아 소비자들은 유가 하락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정부 곳간만 불린 꼴이 됐다.

국제 유가 하락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현행 유류세 체계는 세목이 8가지나 되고 소비자가격의 60% 이상이 세금”이라며 “국제 원유가격 변동 때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종량세 체계는 유지하되 유류세를 적절한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유류세를 국제 유가와 연동시키면 유가가 오를 때 세금도 올라 휘발유값이 폭등할 수 있다”며 “이런 부작용 때문에 해외 주요 국가도 유류세를 종량세로 걷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