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시아지역 진출…클래식 한류 이끌겠다"
KBS교향악단은 지난해 12월 큰 도전에 나섰다. 단 2주 만에 9곡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 선보인 것. 국내 오케스트라 가운데 최초였다. 요엘 레비 음악감독(사진)은 정통한 해석과 지휘로 KBS교향악단을 이끌며 이 도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9월엔 유럽 투어도 훌륭히 소화했다. 레비 감독은 2014년 1월 취임 이후 끊임없는 도전으로 악단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는 20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재계약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오케스트라로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레퍼토리를 확장하고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으로 진출해 오케스트라를 더욱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루마니아 출신인 레비 감독의 당초 임기는 올해 말까지 4년간이었으나 이번 재계약으로 2019년 말까지 6년간 KBS교향악단을 이끌게 됐다. 그는 1988년부터 12년간 미국 애틀랜타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았고, 이후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그가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레퍼토리 확장이다. 취임 이후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제외하곤 반복해 연주한 작품이 한 곡도 없다. “훌륭한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수준 높게 연주해야 합니다. 베토벤 전곡 연주도 의미있었지만 한 작곡가만 깊이 파진 않을 겁니다. 올해에는 오페라 ‘토스카’를 콘서트 버전으로 바꿔 연주하고 매년 새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일 것입니다.”

레비 감독은 악보 없이 지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끊임없는 연습과 뛰어난 암보(暗譜) 실력으로 악보를 보지 않고도 모든 악상과 셈여림 등 구체적인 지시를 단원들에게 정확하게 내린다. 클래식 애호가들이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비교하는 데 대해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같은 도시에 여러 오케스트라가 있는 곳은 세계에 수없이 많은데 이들을 비교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저 역시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요.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사실은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서울시향도 연주했는데 우리를 더 높게 평가해주신 분도 있다는 겁니다. 그만큼 많이 성장했다는 거겠죠.” 이날 간담회엔 박희성 KBS교향악단 신임 사장도 참석했다. 지난달 취임한 박 사장은 30년 동안 KBS에서 일하며 시청자본부 본부장, KBS N 사장 등을 역임했다. 박 사장은 “조직을 안정화하고 재단법인이라는 취지에 맞게 재정 안정화에 중점을 두겠다”며 “찾아가는 연주회 등을 통해 지역에서도 많은 공연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