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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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문화 혁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직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업 문화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일과 가정의 양립 추구

한화그룹은 지난해 10월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유연근무제도를 도입했다. 개인별 업무상황에 따라 미리 신청하기만 하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계열사별 업무 특성상 유연근무제 활용이 어려운 회사는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했다. 더불어 직급을 승진하면 1개월간의 안식월을 준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휴식을 통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역량을 재충전할 시간을 주자는 의미”라며 “직원들의 업무시간 내 몰입도를 높이고 일·가정 양립을 실천해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은 집중 휴가제를 통해 직원들의 사기 진전에 나서고 있다. 두산은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집중 휴가제도’를 권장하고 있다. 장마와 무더위로 업무효율이 떨어지기 쉬운 7~8월에 2주일의 휴가를, 겨울에는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 1주일의 휴가를 사용하는 것이다. 여름 휴가의 경우 개인 연차 5일에 더해 회사에서 휴가 5일을 제공한다. 시행 초기에는 많은 직원이 낯설어했지만 이제는 연초부터 여행계획을 세우는 등 하나의 스마트 워킹 문화로 자리 잡아 확실한 재충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

롯데그룹은 여성에게만 육아 책임이 돌아가는 ‘독박육아’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월 전 계열사에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도입했다. 이 방침에 따라 롯데 남성 직원들은 배우자가 아이를 출산하면 최소 1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해야 한다. 첫 한 달간은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한다. 롯데는 이와 함께 출산한 여성 직원에게도 육아휴직 첫 달에는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기로 했다.

효성ITX는 유연근로제, 시간제 일자리, 선택적 일자리 등 다양한 근로제도를 도입, 임직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가정에도 충실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소통 강화하는 기업들

기업들의 문화 혁신은 직원과의 소통을 늘리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전 직원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적극 구축하며 기업문화 혁신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이 사내 통신망에 개설한 ‘소통광장’은 전 임직원이 익명으로 참여하는 소통 채널이다. 신입사원은 부서 배치 이후 6개월간 선배 직원과의 멘토링을 통해 업무와 회사 생활 전반에 걸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다. 입사 1년이 지난 직원에게는 경력 계발 계획 등을 논의할 수 있는 ‘리프레시 제도’를 시행한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전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도시락 간담회를 꾸준히 열고 있다. 부서나 직급별 획일적인 간담회를 벗어나 다양한 임직원을 한데 모아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을 듣는 식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주제로 한 여성 임원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경력사원, 세 자녀 이상을 둔 직원, 해외근무 직원 등 다양한 구성원과 도시락 간담회를 열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룹의 정신건강 프로젝트인 힐링 하모니를 2013년부터 매년 1000여명 이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힐링하모니는 부부간 소통의 기회도 마련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직급체계 정비 나서

기업들은 자신들의 업종에 맞는 직급체계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CJ는 2000년에 이미 직급에 따른 호칭을 없애고 모든 사원들을 ‘님’으로 불렀다. 카카오와 합병한 옛 다음커뮤니케이션 역시 2002년부터 ‘님’ 호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카카오의 경우 태생부터 영문 호칭을 사용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설립 초기부터 임직원들이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불렀기 때문에 존칭도 없다”며 “임지훈 대표는 ‘지미’로 불렸으며, 실제로 회의를 할 때도 대표를 부를 때 지미라고 할 뿐 지미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장, 부장 등의 전통적 직급체계로 전환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한화그룹은 2015년 2년4개월간 쓰던 매니저 제도를 버리고 예전 직급 체계로 돌아갔다. 사원부터 차장까지 매니저로 통합해 호칭하던 직급 체계를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명칭으로 전환했다. KT도 2014년 매니저 제도를 폐지하고 직급제로 복귀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