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가 운영하는 CGV에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
CJ가 운영하는 CGV에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
CJ그룹은 호칭 파괴 1호 대기업이다. 2000년 1월 사내 부장 과장 대리 등의 직급 호칭을 없앴다. 공식 석상에서 이재현 회장을 호칭할 때도 ‘이재현 님’으로 부르고 있다.

이 같은 호칭파괴는 창조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이 회장의 결단이었다. 서로 ‘님’으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창의적인 조직 문화가 싹텄다. 신사업도 활발하게 펼칠 수 있었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식품 사업이 주력이던 CJ는 2000년 CJ오쇼핑을 인수하며 새로운 유통 사업에 진출했다. 2003년에는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군을 강화하며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발돋움했다.

CJ그룹은 따뜻한 기업문화 확산을 위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2013년부터 계약 기간 제한을 전면 폐지한 게 대표적이다. CJ CGV와 CJ푸드빌, CJ올리브네트웍스 등 시간제 직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한 지원책이다. 시간제 일자리여도 본인이 희망하는 시점까지 고용 불안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했다. 4대 보험과 퇴직금, 정규직 수준의 복리후생 정책도 마련했다.

외식 기업인 CJ푸드빌은 스텝 사원의 고용 안정을 위해 ‘주휴수당 일괄 지급 제도’ 등을 마련했다. 현행법상 주 15시간 이상 근무자를 수당 지급 대상으로 정하고 있지만 CJ푸드빌은 이를 채우지 않아도 근무자 전원에 주휴 수당을 준다. CJ CGV는 극장 아르바이트인 6000여명을 격려하는 ‘드림태그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창의적 사고가 특히 중요한 광고업계는 근무 중 휴식, 퇴근 후 여가 등을 권장하고 있다. 일과 일상의 균형을 맞춰야 능률이 오른다는 이유에서다. 이노션은 지난해부터 ‘칼퇴’라는 단어를 되도록 쓰지 않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칼같이 퇴근한다’는 부정적 의미로 쓰이면서 정시 퇴근 권리 행사를 주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은 30분씩 일찍 퇴근하는 날로 정했다. 매월 세 번째 금요일은 전 직원이 오후 반차를 내도록 권장하고 있다. 연간 두 번씩 팀 단위로 낮 12시 점심시간에 퇴근해 공연을 같이 보는 ‘반차’ 휴식을 회사 측에서 지원한다.

갑작스러운 회식으로 직원들의 저녁 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회사도 있다. 대홍기획은 지난 연말부터 모든 회식은 최소 2주 전 공지하도록 의무화했다. 회식을 하더라도 오후 10시 전에 마무리하고, ‘가족 사랑의 날’로 정해 놓은 수요일과 금요일엔 회사 규정으로 회식을 막았다. HS애드는 지난해 7월부터 근무 시간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전문가 상담’을 진행 중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