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45m의 말미오름에서 내려다본 풍경.
해발 145m의 말미오름에서 내려다본 풍경.
눈이 소복이 쌓인 제주의 돌담
눈이 소복이 쌓인 제주의 돌담
겨울이 왔나 싶었는데 어느덧 입춘을 넘기고 봄이 오고 있습니다. 제주는 여느 지역보다 봄이 먼저 다가오는 곳입니다. 벌써 매화꽃이 은은하게 피기 시작합니다. 제주의 오름에도 봄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말미오름에서 볼 수 있는 주황색 당근은 생명의 환희를 전하는 듯합니다. 사려니 숲이나 저지오름에서는 향긋한 내음이 풍겨오는 것 같습니다. 약동하는 봄을 맞이하고 싶다면 신들의 고향 제주도로 가보세요. 이미 봄의 초입에 들어선 싱그러운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매화 꽃과 밭담, 홍당무 색깔의 향연

매화꽃은 열매를 강조하면 매실나무가, 꽃을 강조하면 매화나무가 된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직하게 꽃을 피울 뿐만 아니라 은은한 향기는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매화는 눈 속에 핀다고 해서 설중매(雪中梅)라고 이름 붙여지기도 했다. 매화는 문인과 화가들이 좋아한 꽃이다. 선비들은 매화가 지닌 강직함처럼 지조와 절개를 드러내기 위해서 매화를 자주 그렸다고 한다. 제주의 2월은 온통 팝콘처럼 소담하게 피어난 매화 축제로 들썩인다. 휴애리와 노리매, 한림공원에서는 매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돼 있다. 겨울의 끝자락, 꽃을 배경으로 한 ‘인생샷’과 은은한 향기를 만끽하고 싶다면 매화가 정답이다.

매화와 함께 제주의 겨울은 눈꽃이 매력적이다. 특히 까만 현무암 돌담 위로 침묵한 채 내려앉은 눈을 본 사람은 아마도 제주의 겨울을 잊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밭을 따라 길게 펼쳐져 있는 밭담 위의 눈은 한 폭의 수채화보다 더 아름답다. 밭담을 따라가다 보면 해녀들이 마음대로 물질을 할 수 있는 바당밭(海田)으로, 빌레왓(돌밭을 이르는 제주 방언)으로 삶의 걸음을 재촉해야 했던 김녕·월정 지역 주민들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길과 마을을 따라 펼쳐지고 이어지는 풍경을 보며, 또 지질트레일을 따라 걸으며 척박한 땅을 일구고 살아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아마도 겨울이 아닌가 싶다.

봄이 숨어 있는 숲길을 걸어보자

복수초
복수초
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푸르름을 피워내는 숲을 걷는 기분은 어떨까. 올레 13코스의 종점이기도 한 저지오름은 겨울에도 푸른 곶자왈을 볼 수 있는 오름이다. 새해, 새날의 시작을 이곳에서 한다면 마음과 몸이 힐링돼 활기차게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할 것이다. 저지오름은 2005년에는 생명의 숲으로 지정됐고, 2007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을 정도로 아름다운 숲으로 인정받고 있다. 정상까지 1.9㎞의 거리이며 보통 걸음으로 45분 정도가 소요된다. 정상에 오르면 멀리 비양도와 한라산이 보이고 산방산, 송악산, 이시돌오름, 금악오름, 당산봉 등 주변 오름들이 반짝이며 친구가 돼준다.

길게 뻗은 삼나무숲길의 풍광으로 제주의 대표 명소로 떠오른 사려니숲의 겨울에는 눈을 뚫고 피어나는 노란 꽃이 숨어 있다. ‘복수초’로 알려진 작고 단아한 노란 ‘얼음새꽃’은 겨울 트레킹을 선택한 사람들만이 발견할 수 있다. 사려니숲은 비자림로를 시작으로 물찻오름과 사려니오름을 거쳐가는 삼나무가 우거진 숲길이다. 황폐해지기 시작한 산림도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사람이 다니는 길로 만들었는데 이제는 제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길이 됐다. 사려니는 ‘신성한 숲’ 혹은 ‘실 따위를 흩어지지 않게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라는 뜻으로 숲길을 거닐면 상

한 삼나무 향에 안긴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해발 500~600m에 평탄하게 이어지는 산책길을 따라가며 만나는 얼음새꽃은 2월에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오름과 바다에서 발견하는 제주의 봄
모슬포항
모슬포항
겨울 속으로 숨어버린 한라산. 하얀 설경을 그림자처럼 드리운 겨울의 한라산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빛난다. 이런 한라산의 겨울 풍경과 서귀포 앞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오름이 있다. 바로 군산오름이다. 산방산, 중문 시내와 바다, 한라산을 모두 볼 수 있고, 사방을 둘러보며 제주 전체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어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 이곳에 오르기도 한다. 특히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오름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말미오름 정상에 오르면 다양한 색깔로 누빈 조각보처럼 펼쳐져 있는 밭이 시야에 들어오고, 그곳에서 주황색으로 칠해놓은 듯한 밭을 볼 수 있는데, 밭에 심어놓은 당근들이다. 모든 땅이 죽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겨울, 땅 위로 봉긋이 솟은 주황색 당근은 생명이자 기쁨을 주는 땅의 선물이다. 두산봉이라고도 불리는 말미오름은 올레길 1코스의 하이라이트로 알려져 있는데 우도를 바라볼 수 있는 지미봉과 마주하고 있다. 오름은 높지 않아 오르내리는 데 30분 정도 걸린다.

외돌개는 바람이 적고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높아 따뜻한 겨울을 지낼 수 있는 곳이다. 외돌개에서 소나무 해안길을 따라 돔베낭골로 이어지는 해안길을 따라 걸으면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온 듯한 인상을 받는다. 기묘한 형태의 해안 절벽과 드넓게 탁 트인 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해안으로 제주어로 ‘도마’를 뜻하는 돔베처럼 잎이 넓은 나무가 많아 ‘돔베낭골’이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특히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는 맑고 깨끗해 과거 마을 사람들이 중요한 식수원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백약이오름은 일출이 아름다운 곳이다. 탐방로를 따라 오름 정상에 오르면 섭지코지와 우도·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주올레 1코스도 제주관광공사가 추천하는 일출 명소다. 코스 종착점인 광치기 해변에 서면 성산일출봉 위로 떠오르는 해를 마주할 수 있다.
세화오일장
세화오일장
담백한 옥돔뭇국과 향긋한 한라봉주스

옥돔뭇국
옥돔뭇국
제주를 대표하는 생선은 옥돔이라고 할 만큼 옥돔은 제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옥돔은 지방이 적고 살이 단단해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신선한 제주산 무를 더해서 추운 겨울에 식욕을 돋우기에 좋다. 옥돔마을 태흥2리는 겨울에 따뜻하고 평온한 동네로 집집마다 아름답게 조경을 해놓아 마을 전체가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맛있는 옥돔이 잡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매일 낮 12시부터 당일바리 옥돔을 경매한다. 당일바리 옥돔이란 매일 새벽 인근 바다로 나가서 잡아온 것이다. 냉동이 아니라 활어로 살이 탱탱해 맛이 뛰어나고 품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은 자연이 만들어준 천연비타민이 온 제주에 넘치는 계절이다. 특히 설탕이나 색소를 넣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한라봉 주스를 맛보기에 가장 좋은 때. 제철 한라봉은 비타민 C가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며 피부톤이 맑아지고 탄력이 생긴다. 한라봉에 함유된 구연산은 피로를 해소해주고 피가 산화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주스를 파는 카페는 물론 서귀포매일올레시장 등 전통시장에서도 살 수 있으니 천연비타민으로 겨울을 거뜬히 나보자.

제주=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하얏트 리젠시 제주서 감귤로 피로를 풀자

[여행의 향기] 복수꽃과 눈꽃이 한곳에…제주, 겨울 속 봄을 거닐다
하얏트 리젠시 제주(jeju.regency.hyatt.kr)는 ‘제주 감귤 스파 패키지’를 내놓았다. 60분 동안 감귤향으로 일상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스파 상품이다. 객실 1박과 성인 2명이 이용할 수 있는 제주 감귤 트리트먼트 60분 프로그램(숙박당 1회)이 포함됐다. 사우나 및 수영장, 체련장도 무료이며 스파 트리트먼트 추가 이용 시에는 20% 할인된다. 23만6000원(세금 및 봉사료 별도)부터. (064)733-1234

하얏트 리젠시 제주는 총 222개의 객실을 보유한 호텔로 비즈니스 미팅부터 가족 여행까지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한다. 모든 객실에서는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을 볼 수 있다. ‘테라스 카페’와 ‘오미 마켓 그릴’ 등 신선한 재료를 활용하는 레스토랑에서도 제주 바다의 파노라마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세계 30여 국가의 도시 및 리조트 지역에서 150개의 호텔을 운영하는 하얏트 리젠시의 브랜드 명성에 걸맞게 글로벌 표준을 따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즈니스 행사 등에도 강점을 가졌다.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에 특화된 전문 서비스와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호텔과 바다 사이에 있는 클리프 가든에서는 1000명 규모의 대형 행사도 치를 수 있다. 이벤트 플래너는 작은 부분까지 신경쓰고 상담해 준다. 자세한 사항은 페이스북 페이지(facebook.com/HyattRegency)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