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 투자의 양면성…성향따라 다르다
해외 논문을 보면 분산 투자의 장점을 설명한 경우가 많다. 보유 종목이 20~30개면 분산 투자의 이점을 누리기에 충분하다는 구체적인 분석도 있다. 투자 종목을 30개 이상으로 계속 늘려봐야 변동성이 작아지는 분산 투자 효과는 거의 없다는 실증 분석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 출시된 국내 주식형펀드를 보면 종목이 50개를 훌쩍 뛰어넘어 70~100개에 이르는 펀드가 꽤 많다. 아마 펀드 규모와 연관이 있는 듯하다.

수백억원짜리 펀드를 운용할 때는 20~30개 종목에만 투자해도 큰 문제가 없다. 운용 규모가 수조원으로 커지면 20~30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그래서 펀드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지면 투자 종목 수도 같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정 종목을 너무 많이 보유하면 나중에 처분하고 나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에서 투자하는 종목 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분석을 많이 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애널리스트가 탐방하고 분석해야 하는 기업 수가 늘어나서다. 이 때문에 종목 수가 아주 많은 펀드에 투자한다면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 외에 기업 분석을 지원하는 애널리스트가 몇 명이며, 이들이 얼마나 자주 기업 탐방을 하는지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참고로 지수를 복제하는 펀드가 아니라면 펀드매니저의 목표는 대개 시장 수익률을 넘어설 수 있는 개별 종목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시장을 크게 이길 수 있는 종목을 80~100개가량 찾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투자의 대가들은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해 크게 성공하기도 한다. 이른바 전문가이면서 투자 대상을 철저하게 분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무나 집중 투자로 성공하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집중 투자와 분산 투자 중 무엇이 더 좋은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의 말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는 2008년 한 학생이 분산 투자에 대해 질문하자 “자신감이 넘치는 투자 전문가에게는 과감한 집중 투자를 권하지만 나머지 모든 사람에게는 철저한 분산 투자를 권한다”고 말했다. 투자 전문가에게는 분산 투자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1위 선택 종목이 있는데 20위 선택 종목에 투자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결국 스스로 전문가로서 확신과 자신이 있다면 집중 투자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분산 투자가 정답이다.

오인석 < 국민은행 WM투자전략부 수석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