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경쟁 상대는 아시아 내에서도 수두룩하다. 싱가포르국립대(NUS)가 대표적이다. 10년 전만해도 서울대와 NUS는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최근 2~3년 새 격차가 현격히 벌어졌다는 게 학계 평가다. NUS가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QS 글로벌 대학 순위에서 2년 연속 아시아 ‘톱’인 데 비해 서울대는 10위권으로 주저앉았다.

['법인화 5년' 위기의 서울대] NUS, 예일대 캠퍼스 유치하는데…서울대는 아직도 공무원식 호봉제
서울대가 2011년 예산 독립을 골자로 한 법인화를 시행하면서 ‘모범 사례’로 꼽은 곳이 NUS다. 싱가포르의 대표적 국립대인 NUS는 2011년 예일대의 첫 해외 캠퍼스를 유치하기도 했다. 문·이과 구분 없는

통합교육이 이뤄지는 ‘리버럴아츠앤드사이언스’ 대학으로 졸업하면 두 대학 학위를 함께 받는다.

NUS의 약진은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NUS는 2006년 법인화 시행 직후 교수 연봉 체계를 기존 호봉제에서 성과급제로 전환했다. 당연시되던 교수 정년 보장도 성과에 따라 이뤄지도록 바꿨다. 교수 인력도 서울대가 2110명인 데 비해 NUS는 2448명(작년 6월 말 기준)으로 300여명 많다. 학생 수는 둘 다 3만4000여명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성과가 보이자 싱가포르 정부도 국고

연금을 2005년 5억9000만 싱가포르달러(약 4800억원)에서 지난해 12억3000만 싱가포르달러(약 1조원)로 10년 만에 두 배로 늘렸다. 이에 비해 서울대는 법인화 5년이 지나도록 공무원식 호봉제에 갇혀 있다. 정부 승인 없이는 한 명의 교원도 맘대로 채용하지 못한다. 법인화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는 올해 예산에서 25억원을 깎았다.

경쟁 국립대인 베이징대와 비교해도 서울대 성과는 초라하다. 대학이 후원하는 기업의 연 매출 기준으로 서울대는 중국 베이징대의 0.1% 수준이다. 서울대 대학

기업들이 한 해 154억원(2014년 기준)의 매출을 내는 데 비해 베이징대 기업들은 769억위안(약 14조원, 2013년 기준)어치를 팔았다.

베이징대는 배당으로만 매년 6억위안(약 1000억원)을 받는다. 일본 도쿄대도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도쿄 고마바 캠퍼스 옆에 자리 잡은 도쿄대 생산기술연구소는 160여개 연구실로 가득 찬 첨단 기술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2015년엔 도쿄대 대학 기업의 미국 진출을 돕기 위해 뉴욕에 ‘산학협력거점’을 마련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