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0m 거리에서 둘로 쪼개진 도심 >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6차 촛불집회(왼쪽)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같은 시간 광화문 광장과 500m가량 떨어진 덕수궁 대한문 일대에선 13차 탄핵 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 기각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 500m 거리에서 둘로 쪼개진 도심 >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6차 촛불집회(왼쪽)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같은 시간 광화문 광장과 500m가량 떨어진 덕수궁 대한문 일대에선 13차 탄핵 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 기각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24일)을 앞두고 지난 주말 서울 도심 광장은 탄핵 찬반 목소리가 더 극명하게 갈렸다. 양측 모두 막판 총력전을 예고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헌재의 ‘최종 결정’이 다가오면서 시위도 조금씩 거칠어지는 조짐이다.

◆촛불·태극기 막판 총력전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지난 18일 오후 4시30분 광화문 광장에서 ‘탄핵 지연 어림없다!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특검 연장! 공범자 구속을 위한 16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오후 7시 반까지 광화문광장에 시민 7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올 들어 가장 많은 사람이 참가한 한 주 전 15차 촛불집회(11일)와 비슷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에 맞서 태극기 집회도 대규모 인원으로 세를 과시했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13차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법원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결정을 비판하며 탄핵 기각과 특검 해체 등을 요구했다. 탄기국 측은 이날 집회에 25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탄기국 관계자는 “촛불집회보다 많은 사람이 모였다”며 “올해 태극기 집회 중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탄기국 집회 무대에 오른 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고영태(전 더블루K 이사) 일당의 음모에 국민이 속았다”며 “고영태를 구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삼일절 전후로 막판 총력전을 다하겠다고 예고했다. 촛불집회 주최 측은 헌재 최종변론과 특검의 1차 수사 기한(28일)을 앞두고 ‘비상국민행동’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퇴진행동은 25일 전국에서 서울로 모이는 집중집회를 열 계획이다. 삼일절 당일에도 대규모 촛불집회를 하고 탄핵 요구를 이어가기로 했다.

탄기국 측도 마찬가지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25일은 박 대통령 취임 4주년으로 탄핵 반대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며 “3월1일엔 자유총연맹과 애국단체총연합 등이 연합해 최다 인파가 모이는 집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삼일절 집회 앞두고 ‘긴장’

탄기국은 3월1일 대한문에서 광화문과 서울역, 동대문으로 행진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양측 모두 과격한 시위를 자제하고 차분하게 헌법재판소 결정을 지켜봐야 나중에 후유증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서울 도심에 매주 1만명이 넘는 경찰을 배치하며 시위 과격화 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도심에는 집회 참가자 간 충돌을 막기 위해 190개 중대 1만5000여명의 경찰이 동원됐다. 경찰 관계자는 “대규모 집회가 연달아 예고돼 있는 만큼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집회 발언이나 퍼포먼스는 한층 과격해졌다. 탄기국은 현 시국을 ‘국가 반란 사태’로 규정한 뒤 “이 무서운 국가 반란 사태의 배후는 정상적인 선거를 거치지 않고 하루라도 빨리 정권을 찬탈하려는 야권과 종북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완전히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음을 천명한다”며 격렬한 투쟁을 예고했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일부 촛불집회 참가자가 복싱용 글러브를 끼고 박 대통령, 최순실 씨, 이 부회장의 얼굴이 새겨진 복싱용 미트를 주먹으로 치는 ‘하야 펀치’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구은서/황정환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