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인 서울대 총장(66)은 국내 대표적인 헌법분야 전문가다. 그가 저술한 《헌법학》은 법조인의 ‘바이블’로 통한다. 1980년 영남대를 시작으로 총장 취임(2014년) 전까지 35년을 법학교수로 재직했다. 대통령 탄핵 정국에 대해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성 총장은 “법적인 문제를 따지는 시점은 지났다”며 에둘러 의견을 밝혔다.

성 총장은 “(신문에 기고할) 칼럼을 써놓고도 책상에서 꺼냈다 넣었다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고민이 많다는 얘기다. 그러다 이달 초 출간한 《헌법학》 2017년 개정판 서문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조심스럽게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위정자에 대한 환멸이 대통령을 비롯한 구질서의 퇴장을 명령한 것”이란 게 현 시국에 대한 그의 해석이다.

성 총장은 박 대통령 탄핵의 원인을 ‘시민의 축적된 분노’에서 찾았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고 이젠 ‘헬조선’이란 말까지 나오는 등 시민들의 사회에 대한 분노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탄핵 인용 여부와 상관없이) 올해 대선이 치러진다”며 “차기 대통령 후보들은 민심 수습책을 갖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원로 법조인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은 법적 하자가 있다’는 취지의 신문 광고를 낸 것과 관련해선 “순전히 법조인의 시각에서 나온 문제 제기”라며 “탄핵소추 사유가 지나치게 촛불 민심에 의탁한 측면을 지적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 총장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들의 오만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대통령은 5년간 청와대 셋방살이를 한다고 생각해야지, 주인 행세를 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