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다시 한 번 폭발했다. 75분간의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 내내 언론에 대한 불만과 러시아와의 유착의혹 해명, 정보기관의 정보 유출 비판 등을 쏟아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0일 취임 후 사실상 첫 기자회견이 “원색적인 분노가 지배했다”고 혹평했다.

◆‘엉망진창’인 정부 물려받아

당초 계획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한 앤드루 퍼즈더 노동부 장관 지명자를 대신할 알렉산더 아코스타 후보자를 ‘짧게’ 소개하려던 자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전투적인’ 태도로 회견장에 들어섰고 곧바로 언론을 향한 특유의 독설을 여과없이 내뱉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각 출범의 지연과 반(反)이민 행정명령으로 인한 혼란을 지적한 보도에 대해 “언론이 만든 가짜 뉴스”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TV를 켜고 신문을 펼치면 정부가 혼돈으로 가득 찼다는 얘기뿐이지만 정반대”라며 “우리는 잘 조율된 기계처럼 돌아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엉망진창(mess)’인 정부를 물려받았다”며 화살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외에 걸쳐 엉망인 정부를 계승했지만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짧은 기간에 많은 걸 해내고 있다”고 자화자찬을 쏟아냈다.

◆정보 유출은 사실…뉴스는 가짜

러시아와의 유착 의혹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NYT 등 언론사를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백악관에 불만을 품은 정보기관이 사실이 아닌 기밀 정보를 언론에 유출했다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 유출은 사실이며, 뉴스는 가짜”라고 강조했다. 법무부 장관에게 정보유출 조사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러시아와 관련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한 뒤 “(러시아와 나를 엮는 것은) 계략”이라고 받아쳤다. 취임 전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제재 해제를 협의했다는 이유로 경질된 마이클 플린 안보보좌관에 대해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가 잘못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두둔했다. 또 “자신이 제재 해제 논의를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그가 하지 않았다면 내가 지시했을 것”이라며 논의 자체는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언론을 향해선 “러시아에 대해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써도 된다”며 “하지만 그건 가짜 뉴스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언론의 거짓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흑인 여기자가 “도심 빈민가 문제 해결을 위해 흑인·히스패닉 의원 모임도 참여시킬 것이냐”고 묻자 “그들이 당신 친구냐.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말해 인종 차별성 발언이 아니냐는 논란도 낳았다.

◆미 언론 “전례 없는 거친 회견”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참모들에게 “나의 메시지가 (언론에 의해) 걸러지고 있다. 직접 국민에게 얘기하겠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그대로 실행됐다. 미국 언론의 평가는 비판 일색이었다. CNN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거친 기자회견”이라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대통령이 모든 사안을 다 건드렸고, 불만이 가득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과 달리 국정 지지도는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7~12일 전국의 성인남녀 150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9%에 그쳤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첫해 2월 국정 지지도 중 가장 낮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56%에 달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