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숫자 0은 '공(空) 철학'에서 왔다
“‘수학의 정석’을 통째로 외워보라.” 수학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이야기다. 학습 현장에서 각종 수학 공식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교사는 많지 않다. 교육 시간은 한정돼 있고, 교과 과정에 필요한 공식은 너무 많아서다.

수학자인 김용운 한양대 명예교수는 《수학의 원리 철학으로 캐다》에서 수학 개념들을 철학의 관점에서 알기 쉽게 풀어낸다. ‘수포자(수학 포기자)’로 불리는 중학교 2학년 소년이 수학박사와 타임머신을 타고 다양한 철학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다.

저자는 먼저 “수학적 개념들은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숫자 0은 인도의 공(空) 철학에서, 음수와 양수는 중국의 음양론에서 만들어졌다. 자연철학을 통해 무리수와 복소수가 탄생했고, 존재론을 통해 무한소와 무한대의 개념이 생겼다.

소년은 플라톤을 만나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왜 수학에 관심을 가졌는지도 배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이집트수학자들이 삼각형을 보면 ‘공식’에 대입해 넓이를 구한다. 반면 그리스 수학자는 ‘삼각형의 넓이는 사각형 넓이의 2분의 1’이라는 논리로 답을 유도한다.

모든 현상에 존재하는 본질(이데아)을 중시했던 플라톤에게 기하학 등은 달력과 항해를 위해 이용되는 실용적인 학문이 아니라 현상을 본질로 설명하는 ‘철학’이었던 것이다. (김용운 지음, 상수리, 334쪽, 1만5000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