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자보험 돌풍'에 걱정 느는 보험사
유병자보험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이 상품을 판매한 보험사들의 재보험 가입이 급격히 늘고 있다. 간편심사보험, 실버보험 등 유병자보험 계약이 증가하고 있지만, 통계 부족으로 보험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언제, 얼마만큼의 보험금을 지급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보니 생긴 현상이다. 유병자보험은 병에 걸린 적이 있거나 현재 질병을 앓고 있어도 가입할 수 있도록 설계한 보험을 말한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재보험료 기준으로 2015년 100억원 미만이던 유병자보험 규모는 2016년에는 300억~400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원보험료 기준으로 유병자보험 시장 규모는 최소 2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재보험사인 코리안리 관계자는 “2016년 유병자보험 재보험 가입 물량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며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판매되는 유병자보험의 절반가량이 재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보험사들이 현재 책정한 유병자보험 가격이 적정한지를 판단하기 어려워서다. 보험료는 사업비와 금리 전망 외에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할 시기와 금액, 보험료 납입을 중단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책정된다.

가입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병에 걸릴 가능성이 클수록 보험료는 올라간다. 모두 과거 통계를 토대로 작성되는데 유병자보험의 경우 지난해부터 본격 판매하기 시작한 까닭에 적정 보험료의 근거가 될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보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유병자보험은 추후에 손해율이 급등할 수 있어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리스크를 낮게 책정해 보험료를 적게 받으면 보험사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보험사들이 유병자보험 판매를 축소하기도 어렵다.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이 판매를 장려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과거 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유병자, 고령자 등과 같은 보험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들은 새 국제회계기준(IFR17) 도입,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 등으로 저축성보험보다는 보장성보험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유병자보험 시장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병자보험의 한 종류인 간편심사보험은 판매 건수가 2013년 63만건에서 2016년 6월 203만건으로 급증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은 대수의 법칙에 따라 보통 통계가 3년 정도 축적돼야 적정한 보험료 책정이 가능하다”며 “유병자보험은 2018년 이후에나 의미 있는 통계 자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유병자보험

질병을 앓고 있거나 병력이 있는 소비자도 간소화된 심사 절차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 가입 요건을 완화한 대신 보장범위가 좁고 보험료가 일반 보험보다 2~5배 비싸다. 간편심사보험, 실버보험, 질병보험 등이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