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자유지수’가 세계 23위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네 계단 올랐지만 정치적 불확실성과 부패 문제로 “기로에 서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16일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한 ‘2017년 경제자유지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74.3점을 받아 ‘대체로 자유로운 국가’로 분류됐다. 조사 대상 180개 국가 중 23위로 2013년 34위에서 4년 연속 순위가 올랐다.

점수와 순위는 올랐지만 보고서는 한국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효율성과 유연성을 키우기 위한 정책 개혁이 없어 경제가 약해지고 있다”며 “지금의 정치적 불안정과 불확실성이 구조적인 경제개혁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 규정이 상대적으로 잘 제도화돼 있지만, 반복되는 고위 인사의 부패 스캔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잠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거시경제 안정성과 글로벌 무역 개방성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정도가 긍정적인 평가의 전부다.

1~5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홍콩, 싱가포르, 뉴질랜드, 스위스, 호주가 차지했다. 이들 5개국은 80점 이상을 받아 ‘자유국’으로 분류됐다. 이어 에스토니아와 캐나다, 아랍에미리트(UAE), 아일랜드, 칠레가 6~10위에 올랐다.

주요 경제대국을 보면 영국 12위, 미국 17위, 독일 26위, 일본 40위, 프랑스 72위, 중국 111위, 러시아 114위 등이다. 미국은 작년 11위에서 6계단이나 미끄러져 헤리티지재단이 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순위를 받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순위가 낮지만 역대 최고 점수를 받았다.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꼴찌로, 점수는 4.9점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전제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 폐쇄적인 국가로 남아 있다”며 “시장 개혁을 일부 실험했으나 중앙정부의 계획과 국가 주도로 이뤄졌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또 “제한적인 범위에서 점진적인 경제 개방을 시도할 수 있지만 군사체제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