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대중의 잠재적 욕구를 '생각'으로 발굴하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지난해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고 2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간에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이 남 얘기 같지 않은 것은 일자리 감소라는 현실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예고되는 대로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 등의 발달로 공장의 완전 자동화는 물론이거니와 무인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과 창의적 업무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소통, 협력, 공감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 싱킹을 배우는 것은 의미가 있다. 디자인 싱킹 방법을 효과적으로 이해하려면 유튜브에서 ‘디자인씽킹 쇼핑카트’를 검색해 아래 설명을 참조하면서 공부해보는 게 좋다.

1999년 미국 ABC 방송 프로그램 ‘나이트라인’은 디자인 싱킹 컨설팅 회사인 IDEO의 혁신 과정을 직접 보기 위해 ‘쇼핑센터에서 사용하는 카트를 5일 안에 새롭게 디자인하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엔지니어, 디자이너, 심리학, 건축학, 언어학, 생물학 등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로 팀을 구성했다. 집단 지성을 이용해 새로운 생각을 짧은 시간에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IDEO의 쇼핑 카트 디자인 프로젝트를 디자인 싱킹의 5단계로 나누어 살펴보자.

(1) 공감하기(Empathize) 단계

사람들이 쇼핑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전문가에게 자문하고, 카트 구매 대행 바이어와 인터뷰해 현재 사용하는 쇼핑 카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또 팀원들이 쇼핑 카트를 만져보고 사용해보면서 불편한 사항을 기록한다. 그리고 팀원 간 협력과 소통을 위해 조용하고 자유스러운 창의공간에 모여 고객 조사 내용과 현장 사진, 간단한 그림 등을 벽에 붙이고 고객의 필요를 공유한다.

공감하기 단계는 사람들이나 고객, 시장의 요구와 필요를 알아내는 과정이다. 공감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대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 밖에 ‘직접 체험’ ‘인터뷰’도 좋은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는 고객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생각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로 고객 요구와 잠재적 욕구를 통찰할 수 있다.

(2) 문제 정의(Define) 단계

팀 리더 또는 퍼실리테이터 진행으로 쇼핑 카트와 관련해 현장에서 관찰하고 듣고 체험한 기록물을 토대로 쇼핑 카트의 문제를 모아본다. 공감하기 단계를 통해 파악된 고객이나 사람들, 시장의 잠재된 수요와 불만 사항, 개선을 원하는 내용을 가지고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정의한다. 이 단계에서 ‘상자 모양의 우중충한 바구니’ ‘카트 분실 사고’ ‘잦은 고장’ ‘아이와 관련된 안전’ 등이 문제로 부각된다. 이를 기반으로 ‘외관상 친근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쇼핑을 가능하게 하는 쇼핑 카트 제작’을 목표로 설정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문제를 ‘바르게’ 정의하는 것은 중요하다. 문제 정의를 위해서는 어린아이들처럼 ‘왜’라고 지속적으로 질문해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각각의 문제를 바라보는 복합적인 통찰력이 요구된다.

(3) 아이디어 도출(Ideate) 단계

‘주제에 집중하기’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디어도 장려’ ‘한 번에 한 아이디어만 얘기하기’ 등 브레인스토밍 규칙을 회의실 벽 위에 크게 써 붙인다. 팀원들이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도출한 뒤 벽면에 아이디어를 스케치해 붙이고 의견을 교환한다. 양질 전환의 법칙에 입각해 초기에 엉뚱하더라도 많은 양의 생각을 모으고 차차 질 높은 아이디어로 다듬어간다.

(4) 시제작(Prototype) 단계

[한경 BIZ School] 대중의 잠재적 욕구를 '생각'으로 발굴하라
빠른 시간에 아이디어를 시각·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시제품을 공유하는 단계다. 아이디어를 실현해 구체화하고, 그 과정에서 생각을 확장해가는 것이다. 이때는 대략적으로(rough), 빠르게(rapid), 바르게(right)라는 3R 원칙이 필요하다. 프로토타입은 무엇보다도 신속하고 간단하고 저렴하게 제작해야 한다. 유용한 피드백을 일으키고 아이디어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정도의 적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프로토타입 완성도가 높을수록 만든 사람은 아이디어에 관한 집착이 커져 피드백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다. 프로토타입은 채택된 아이디어의 장단점을 빨리 파악하고 다음 프로토타입이 갈 방향을 인식하기 위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쇼핑 카트 프로젝트에서는 협의된 네 가지 주요 아이디어에 대해 그 아이디어를 설명할 수 있는 정도의 초기 모형을 제작했다. 최종 시제작품은 여섯 개의 바구니를 2단으로 끼워 사용하는 곡선 구조의 카트로 표현됐다. 바구니만 들고 물건을 고르거나 물건을 담은 비닐봉지를 카트에 걸 수도 있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안전띠가 달린 의자, 두 개의 컵홀더, 구입한 물건을 계산할 수 있는 스캐너가 시제작품에 추가됐다.

최종 시제품을 시연해본 마켓의 종업원과 책임자는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5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미국 문화의 아이콘 중 하나인 상자 모양의 쇼핑 카트가 산뜻하고 실용적인 모양으로 상품화됐다. (이미지 출처 www.ideo.com)

(5) 테스트(Test) 단계

테스트는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개선하고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단계다. 직접 체험해보거나 고객이나 시장의 반응을 듣고 그 결과와 내용을 가지고 다시 공감-문제 정의-아이디어 도출 단계를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실제로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이나 의뢰한 사람, 관리자도 초기 아이디어에 대한 시장 반응에 확신이 적기 때문에 시제작해 테스트하고 피드백하는 것이 과제 성공의 중요 요소다.

이경원 <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