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2P 대출] "꼬마빌딩 공사도 크라우드펀딩으로…투자자들 평균 연 18% 수익"
직장인 최모씨(38)는 얼마 전 부동산 P2P(개인 대 개인) 대출 업체인 루프펀딩을 통해 500만원을 투자했다. 최씨가 선택한 사업지는 서울 대치동의 26가구 규모 빌라였다. 땅값과 건축비 등 총 103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중 사업자의 개인 자산과 은행 대출로 대고도 모자라 10억원을 루프펀딩을 통해 모집한 물건이었다. 공사기간 12개월에 수익률은 연 18%였다. 매달 1.5%씩 이자가 지급돼 최씨는 세금을 떼고도 5만4375원(세전 7만5000원)을 받을 수 있었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크라우드펀딩이 고수익에 목마른 20~40대를 끌어들이며 인기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인터넷 회원의 자금을 십시일반 모아 중소 규모 개발사업자에게 연 9~15% 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돈을 투자하려는 사람과 돈이 필요한 사람을 온라인으로 연결시켜 주기 때문에 P2P 대출이라고도 한다.

알고리즘으로 ‘될 만한 사업’ 골라

국내 핀테크(금융+기술)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P2P 대출 시장에 진출한 업체는 3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우드펀딩 업체들은 은행 대출의 사각지대인 연 8~10% 중금리 대출 시장을 파고들며 저마다 차별화한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P2P업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업체인 루프펀딩은 연 10~20%의 대출 금리를 내세우고 있다. 투자자에게는 두 자릿수 수익률을 보장한다. 신용도와 자산이 있는데도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후순위 대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P2P 대출] "꼬마빌딩 공사도 크라우드펀딩으로…투자자들 평균 연 18% 수익"
루프펀딩은 대형 공사엔 관심이 없다. 100억원 미만 소형 주택사업에만 집중한다. 이런 사업은 30% 이상 고금리 사금융이나 지인 투자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소규모 빌라나 오피스텔 개발은 은행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민충기 루프펀딩 대표(사진)는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도 빌라 등 소규모 건축은 공사 마진이 30~40%에 달하고 공사기간도 짧아 이자보다도 대출금을 빨리 조달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채보다 낮은 이자율에 자금 회전도 빨라 개발업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프펀딩은 경쟁 업체와 달리 고수익·고위험 자산인 후순위 대출채권에 투자한다. 수익률은 높지만 사업이 좌초했을 때 투자금을 날릴 위험도 그만큼 크다. 민 대표는 ‘성공할 만한 사업’에만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자체 알고리즘을 토대로 수요가 있는 지역, 수요가 있는 부동산 개발을 하는 사업자를 먼저 찾아가는 톱다운 방식으로 경쟁력과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루프펀딩이 개발한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특정 지역의 인구 유입 여부, 가구 및 연령 구성, 주택 공급량, 연소득 수준 등 30여개 변수로 구성돼 있다. 사업자가 부동산 개발을 하는 지역에 30대, 1인 가구가 많은 곳을 선호하는 식이다.

투자가 이뤄진 이후에도 평가는 계속된다. 안전성을 위해 사업자로부터 부동산 매매계약 백지 위임장도 받는다.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 근저당권을 설정한 부동산에 대한 경매 절차 등을 통해 원금을 회수하는 안전장치다. 자금 관리도 부동산신탁사를 통해 한다. 민 대표는 “투자한 사업지에 대해선 도면대로 공사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자금이 잘 쓰이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해 다음 납입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세후 수익률 13~14%

이 덕분인지 루프펀딩 실적은 고공행진 중이다. 작년 1월부터 지금까지 총 53건 사업을 진행했다. 상환을 완료한 사업지가 19곳이다. 한 사업당 4억~15억원까지, 개인별로 50만~5000만원씩 소액 투자가 이뤄져 지난해까지 누적 투자액은 453억원, 상환액은 102억원에 달한다. 10억원짜리 물건의 경우 투자자 모집을 시작하면 5분 안으로 투자금이 거의 다 찬다.

투자수익률은 평균 연 18%대다. 세후 연 13~14% 수준이다. 연 1%대에 불과한 은행 예금은 물론 웬만한 금융 투자상품보다 훨씬 높다. 투자자들은 매달 이자를 받고 대출자들이 계약기간 후 돈을 상환하면 원금을 돌려받는다.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안에 준공이 이뤄지는 소규모 개발사업이어서 자금 순환도 빠르다. 부도율은 0%를 기록했다. 민 대표는 “P2P 대출이 일반화한 미국에서 5년 동안 부동산 관련 P2P는 부도난 사례가 없다”며 “투자자도 부동산이라는 실물이 있기 때문에 다른 신용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작다”고 말했다.

업체 수익은 대출 사업자에게 받는 플랫폼 이용 수수료(대출금의 3~5%)에서 난다. 민 대표에 따르면 사업지에서 분양이 잘 되면 분양 수익으로 조기 상환이 가능하고 분양이 더뎌도 건물만 완공되면 담보대출이나 임대보증금으로 상환이 가능해 연체율은 높지 않다. 지난해까지 2280명이 실제 투자에 나섰다. 이 중 63%가 재투자를 했다. 개인별 투자금액은 평균 500만원 수준이다. 루프펀딩에선 가급적 소액으로 분산투자하기를 권한다.

투자 부동산과 지역은 주로 수도권 빌라나 소규모 오피스텔이다. 낡은 집이 많은 반면 신규 공급이 적은 인천, 경기 포천, 서울 역삼동 등을 주로 공략했다. 민 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안 좋으면 투자 수요는 줄지만 실수요자는 많아진다”며 “정부 규제로 제도권 금융 문턱이 높아지면 부동산 P2P 대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