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호무역 안돼"…아시아에 구애하는 EU
유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보호무역주의적인 정책을 잇달아 도입하려는 데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와 무역을 강화하는 ‘아시아 회귀(Asia pivot)’ 전략을 검토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유럽은 그동안 한국, 싱가포르, 베트남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등 아시아와의 무역 규모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유럽 자유무역 기조가 트럼프 대통령의 ‘인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무역 중심축을 아시아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유럽연합(EU) 고위관계자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독일이 특히 적극적이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는 트럼프 취임 직후 “유럽과 독일은 아시아와 중국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위르키 카타이넨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안정성, 법치, 규칙이 지배하는 다자주의 시스템 등 우리의 전통적인 장점이 최근의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더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할 예정이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기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EU 간 자유무역협정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도 중단됐다.

EU는 반대로 FTA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TPP에 참여할 예정이던 12개국 가운데 10개국과 FTA 등 자유무역을 강화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협상 중이며, 2008년 이후 거의 진척이 없던 걸프지역 국가들과 무역협상을 재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일본과는 포괄적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나 진전은 별로 없다.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대해선 다른 나라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기회도 있지만 위협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중국과 EU 간 무역을 방해하는 장벽이 여전히 많다”며 “중국은 민간기업에 더 열린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