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보바스기념병원 본관 1층의 병상이 입원 환자를 받지 못해 텅 비어 있다. 임락근 기자
경기 성남 보바스기념병원 본관 1층의 병상이 입원 환자를 받지 못해 텅 비어 있다. 임락근 기자
15일 경기 성남의 보바스기념병원 본관 로비. 뇌졸중 수술을 받은 아버지 치료를 위해 방문했다는 한 보호자는 입원할 수 없다는 병원 측 설명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이 병원은 모자라는 의료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일부 병상을 놀리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입원 대기 환자만 361명에 이르지만 간호사를 더 고용하지 못해 병상이 30개나 비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대 반, 우려 반

2002년 문을 연 보바스병원은 늘푸른의료재단이 세운 요양병원이다. 550여개 병상과 국내 최대 규모 재활치료센터를 갖췄다. 하지만 박성민 전 늘푸른의료재단 이사장의 개인사업 등에 채무보증을 서면서 불어난 부채를 못 견디고 2015년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 6월 회생절차가 시작됐고 10월에는 호텔롯데가 늘푸른의료재단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호텔롯데는 600억원을 무상출연하고 2300억원을 대출 방식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의료법인 인수 논란이 일면서 병원 회생절차가 더뎌지고 있다. 박 전 이사장이 법원의 회생계획에 승복하지 않고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면서 회생절차가 지난달 일시 중단됐다. 그 사이 재단 빚은 매달 6억원씩 늘어나고 있다. 이 병원 물리치료사인 박모씨는 “하루빨리 병원이 정상화됐으면 좋겠다”며 “회생절차가 늦어지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꼬이는 병원 회생 절차

현행 의료법에는 의료법인의 청산에 대한 조항만 있고 회생 및 인수에 관한 조항이 없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병원의 인수합병(M&A)은 의료법상 불법”이라며 “의료법인(재단)은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사고팔 수 없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료법상 의료법인은 비영리법인으로 자산을 국가와 사회에 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해산을 결정한 의료법인에만 해당된다. 지난해 부산 은성의료재단은 채무자회생법을 통해 파산 위기에 처한 경북 포항 선린병원을 운영하는 인산의료재단을 합병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늘푸른의료재단에 출연하려는 것과 비슷한 사례가 과거에 있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호텔롯데 측은 재단에 자금을 출연하는 것일 뿐 법인을 인수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재단의 채무를 청산하고 막혀 있는 자금줄을 틔워 병원을 정상화시키려는 것”이라며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뤄지는 투자”라고 해명했다.

◆회생 이후는 성남시가 관리

회생 절차 결정권은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쥐고 있다. 원칙적으로 보건복지부와 성남시는 회생절차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료재단 이사회 선임이다. 법원의 회생계획이 확정되면 호텔롯데는 최대 15명인 늘푸른의료재단 이사진의 20%까지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성남시에 이사진 구성을 포함해 재단의 재산처분, 정관 변경 등의 사항을 허가받아야 한다. 성남시는 의료법 등을 근거로 허가를 내리게 된다. 성남시 관계자는 “법원 결정이 나오지 않았기에 의료법 위반 여부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의료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그에 맞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임락근/조미현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