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컴퓨터엔 모든 범죄 흔적 남아…로그인·이메일 발신자까지 추적"
각종 디지털 기기에 남아 있는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 기법 ‘디지털포렌식’의 1급 전문가들이 처음으로 배출됐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부장검사 김영대)와 한국포렌식학회는 16일 서울 서초동 대검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에서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1급 자격증 수여식’을 연다고 14일 밝혔다. 한국포렌식학회가 2010년부터 주관한 이 시험에서 그동안 2급 자격증 취득자 551명이 배출됐다. 지난해 1급 자격증이 신설됐고 올해 처음으로 합격자가 나왔다. 대검 과학수사부 소속 조성종 수사관과 이연주 수사관, 컨설팅업체 행복마루의 김대웅 전문위원 등 3명이 그 주인공이다.

조 수사관은 대검 내에서 손꼽히는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다. 보유한 IT 자격증만 20여개에 달하며 민간 기업과 국가기관 등 관련 분야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이다. 2013년 대검 과수부에 특채로 전입한 뒤 디지털포렌식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조 수사관은 “검찰 내부에도 전문 수사관제도 등 전문성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서도 “외부 기관 자격 시험을 통해 스스로 전문성을 검증해보고 싶어 1급 시험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조 수사관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이 널리 쓰이면서 디지털포렌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수사관은 “스마트폰이나 폐쇄회로(CC)TV, 차량 블랙박스 등에 모든 범죄의 흔적이 남는다”면서 “10여년 전과 달리 디지털포렌식이 범죄 수사의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국정농단’ 장본인 최순실 씨의 태블릿PC 사례가 조 수사관의 설명을 뒷받침한다. 최씨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태블릿PC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대통령 연설문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으로부터 전달된 사실, 청와대 각 부서의 문서가 완성도 되기 전에 전송된 사실 등이 드러났다. 디지털포렌식을 하면 사용자가 지운 정보의 복구부터 각종 로그인 흔적, 이메일의 발신자 추적까지 할 수 있다.

이 수사관은 대검 과수부 내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포렌식 전문가다. 조 수사관보다 경력은 짧지만 빠르게 전문성을 쌓고 있다는 평이다. 2009년부터 검찰에서 근무한 이 수사관은 일반 행정 업무를 담당하다가 약 5년 전부터 수사분야 업무를 맡고 있다. 이 수사관은 “뒤늦게 디지털포렌식 업무를 맡게 돼 전문성을 쌓으려고 관련 자격증 10여개를 취득했다”면서 “향후 몇 년 동안은 디지털포렌식 업무에 매진하고 싶다”고 했다. 이 수사관은 “디지털포렌식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디지털 기기에 남은 범죄 흔적을 지우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해 6월 검찰의 ‘롯데그룹 압수수색’이 꼽힌다. 서울중앙지검이 롯데그룹 10개 주요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롯데건설이 전문 삭제 프로그램 ‘WPM(Wipe Manager)’을 이용해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의 전자문서를 복구 불가능한 수준으로 삭제해버렸다.

대검 관계자는 “1급 자격시험으로 디지털포렌식 요원을 비롯해 데이터베이스(DB), 네트워크, 모바일, 침해사고 대응 등 분야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다”면서 “대검 수사관들이 더 많이 참여해 디지털포렌식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