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ELS] 안전성 강화된 ELS…손실부담 줄었지만 수익률도 낮아져
요즘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의 대세는 ‘안정형 상품’이다. 리자드, 뉴스타트, 세이프티가드 등이 대표적인 안정형 ELS 브랜드로 꼽힌다. 과거에 판매하던 ELS에 비해 손실 위험이 낮아졌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별도의 브랜드를 붙였다는 게 증권사들 설명이다.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투자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수익률만 낮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안정형 ELS의 허와 실

리자드 ELS는 안정형 상품의 좌장 격이다. 이미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에서 각각 1조원이 넘는 물량이 팔려나갔다. 이 상품의 기본 구조는 기존 ELS와 같다. 6개월에 한 번 돌아오는 평가일에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의 가격이 정해진 수준 이상이면 곧바로 원리금이 투자자 계좌로 입금된다. 대신 이 상품엔 ‘리자드 배리어’라는 조건이 하나 더 있다. 조기 상환 조건에 충족하지 못했더라도 일정 기간 이상 주가가 리자드 배리어를 밑돈 적이 없으면 원리금을 되돌려준다. 위험에 처했을 때 꼬리를 잘라내는 도마뱀과 비슷하다고 판단, 도마뱀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인 리자드라는 말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세이프티가드도 비슷한 성격의 상품으로 분류된다. 원래 원금비보장형이지만 설정 후 6개월 이내 두 기초자산 주가가 최초 가격의 80% 아래로 하락한 적이 없으면 원금보장형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뉴스타트 ELS는 1차 조기 상환 평가일까지 모든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녹인배리어(손실구간 시작점) 이하로 하락한 적이 있으면 해당일 종가로 최초 기준가격을 바꿔주는 상품이다. 신차 구입 후 6개월 이내에 사고가 났을 경우 새 차로 교환해 주는 자동차업계 프로그램을 보고 착안한 상품이다.
[다시 주목받는 ELS] 안전성 강화된 ELS…손실부담 줄었지만 수익률도 낮아져
안정형 ELS의 장점은 분명하다. ELS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볼 확률을 30~50% 정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쉬운 대목은 수익률이다. 이 같은 조건이 붙은 ELS들은 연간 수익률이 4% 안팎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ELS들과의 수익률 격차가 연 2~3%포인트에 달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S는 분류상 고위험 상품인데 기대 수익률은 중저위험 상품으로 분류되는 채권형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투자자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의 용도와 투자 방식에 따라 상품을 달리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1~2년 이내에 현금화가 필요하거나 가능한 한 원금 손실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 자금을 투입할 경우엔 안정형 상품을 고르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5년간 자금을 묶어두는 조건으로 세제 혜택을 받는 개인자산관리계좌(ISA)에 담을 생각이라면 좀 더 과감한 선택을 해도 좋다는 조언이다. 특히 첫 6개월 조기 상환 조건이 까다로운 대신 수익률이 높은 상품이 ISA와 궁합이 잘 맞는다. 6개월 만에 원리금을 되찾아야 할 이유가 없는 만큼 수익률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새로운 기초자산 잇따라 등장

지난해 초 ELS 대란이 일어난 이유 중 하나는 특정 지수 쏠림현상이었다. 당시 선보인 ELS 중 80%가량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했다. 홍콩 증시의 국지적 혼란이 국내 ELS 시장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배경이다.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융위원회가 H지수를 활용한 ELS 발행을 제한하고 나서면서 새로운 기초자산들이 속속 등장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 1월 지수형 ELS에 가장 많이 활용된 기초자산은 유로스톡스50이었다. 4조4543억원의 ELS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3조72억원어치의 ELS가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했다. 뒤를 이은 자산은 홍콩 항셍지수(1조4832억원), 일본 닛케이225지수(1조360억원), 홍콩 H지수(8735억원), 호주 ASX200지수(1709억원) 등이다.

전문가들은 처음 접하는 ELS 기초지수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10년 저점과 고점 등을 꼼꼼히 따져본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른 지수에 비해 변동성이 크거나 역사상 고점에 근접한 자산을 활용한 상품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지수 구성 종목의 숫자가 적고 업종 구성이 단조로울수록 변동성이 커지는 게 일반적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