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하자마자 수익률이 떨어져 투자자들의 속을 썩였던 주가연계증권(ELS) 펀드들이 일제히 반등하고 있다.

ELS의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홍콩H지수가 지난 9일 10,000선을 넘어서면서 최근 1년 펀드 수익률이 30% 선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ELS 펀드 수익률이 올라가는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H지수와 유로스톡스50지수가 지금 수준에 머문다고 가정할 때 1년 뒤 낼 수 있는 수익률이 17%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1년 수익률 30%

[다시 주목받는 ELS] 홍콩H지수 '속앓이' 털어낸 ELS펀드 이자수익 몰려 올해 다시 날아오른다
1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삼성ELS인덱스’ 펀드는 지난 1년 동안 29.07%의 수익을 냈다. 설정 이후 수익률이 -23.85%까지 떨어진 지난해 2월의 부진에서 벗어났다.

‘한국투자ELS지수연계솔루션’ 펀드도 같은 기간 33.66%에 달하는 수익을 냈다. 기초자산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H지수가 지난해 2월12일 7498.81에서 지난 9일 10,075.17로 크게 오른 효과가 수익률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ELS 펀드는 2014년 8월 첫선을 보였다. 여러 ELS를 한꺼번에 편입하는 방법으로 손실 위험을 줄였다는 점 때문에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서로 아이디어를 먼저 냈다며 배타적 사용권(단독 사용권)을 신청했을 정도로 업계의 관심이 뜨거웠다.

[다시 주목받는 ELS] 홍콩H지수 '속앓이' 털어낸 ELS펀드 이자수익 몰려 올해 다시 날아오른다
이 상품은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는 지수 수준과 개별 ELS에서 나오는 이자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지수가 전혀 오르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수익이 난다는 게 특징이다. ELS 이자가 꾸준히 쌓이기 때문이다. 이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연 7% 안팎이다.

초기 펀드 가입자들이 골탕을 먹은 것은 ELS 기초자산의 가격이 시장 예측을 벗어날 만큼 빠르게 급락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것은 H지수였다. 14,000선에 달하던 H지수가 작년 2월 7500선으로 떨어지면서 ELS 펀드 수익률도 곤두박질쳤다. 기대했던 ELS 이자 지급도 지수 하락으로 중단됐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계약 조건이 불리하게 바뀌거나 이자 지급이 미뤄진다. 당시 삼성ELS인덱스 펀드가 담은 ELS 13개 중 6개가 원금손실 구간(ELS 발행 시점보다 지수가 40% 이상 하락)에 진입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3년치 이자 한 번에 받을 수 있어

ELS 펀드는 지난해 9월까지도 설정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기초지수가 올라오긴 했지만 ELS의 이자에서 나오는 수익이 펀드 기준가에 포함되지 않아 상승세에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바뀐 것은 H지수가 9500선 안팎에서 안정된 지난해 말부터다. 펀드가 편입한 ELS들의 상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래에 받을 수 있는 이자 수익 중 일부가 펀드 기준가에 잡히기 시작했다. 펀드 수익률이 기초지수 상승률을 넘어선 이유다.

지난해 ELS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올린 배경이 H지수 상승이었다면 올해는 ELS 이자가 수익률을 든든하게 받쳐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예측이다. ELS 만기 상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익률에 ELS 이자를 본격적으로 포함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도 올 들어 ELS 펀드를 다시 추천하기 시작했다. 삼성ELS인덱스 펀드를 운용하는 이정준 삼성자산운용 시스템전략팀 매니저는 “향후 1년 반 안에 홍콩H지수가 8821, 유로스톡스50이 2282 아래로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펀드가 담고 있는 13개 ELS 모두 만기 상환이 가능하다”며 “3년 만기인 ELS를 편입한 뒤 2년 동안 거의 받지 못한 이자를 올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기준 홍콩H지수(9804.05)와 유로스톡스50지수(3230.68)가 그대로 있을 경우 6개월 뒤 8.66%, 1년 뒤엔 16.97%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이 매니저 설명이다. 이달 들어 홍콩H지수는 10,000선을 넘었고, 유로스톡스50지수도 지난 9일 기준 3277.79로 올랐기 때문에 상황이 더 유리해졌다.

문수현 NH투자증권 펀드담당 애널리스트도 “펀드 투자를 모색하는 사람들이라면 ELS의 이자 지급이 올해 한꺼번에 몰리는 ELS 펀드의 특수한 구조를 활용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LS펀드

개별 ELS를 여러 개 담은 뒤 이들의 일별 평가가격을 평균해 펀드로 만든 상품이다. 삼성ELS인덱스펀드는 홍콩H지수 및 유로스톡스50을 기초로 하는 ELS상품 13개를, 한국투자ELS지수연계솔루션펀드는 홍콩H지수와 유로스톡스50, 코스피200 중 2개 지수를 각각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상품 20개를 편입하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