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행·안희정 지사 지지율 급상승
대세론은 다른 주자들 뭉치게 하는 힘 있어
‘샤이 보수’적지 않아 여론조사 정확도 떨어지는 등
“대세론 함정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문 전 대표, 2위와 지지율 큰 격차 보여
‘밴드왜건 효과’도 만만찮아
‘빅텐트’힘 약화, ‘스몰텐트’로 전락
“대세론은 지속될 것”
<YONHAP PHOTO-1481> 국무회의 개회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1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7.1.31    srbaek@yna.co.kr/2017-01-31 11:03:49/<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대선 정국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세론이 유지될까 여부다.

새해들어 문 전 대표의 지지율 1위는 굳건하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치고 올라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문 전 표는 이들과 큰 격차로 지지율 수위를 지키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6~10일 전국 성인남녀 25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3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에 따르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2.9%로 지난주보다 1.7%포인트 올라 6주 연속 1위를 유지했다. 문 전 대표는 대다수 지역에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연령별로 30대(39.7%→52.0%)와 20대(33.8%→37.3%)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고, 이념성향별로는 중도보수층(18.5%→22.0%)과 중도층(32.9%→35.2%)에서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최근 다른 조사에서도 문 전 대표는 30%대 초반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결승골 지점까지 지속될 지 여부가 주목된다. “대세론에 함정이 있다”와 “대세론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세론에 함정이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 자리잡고 있다. 반 전 총장 불출마 선언 이후 황 대행이 최대 수혜를 입으며 뜨고 있다. 반 전 총장과 같은 충청 출신의 안 지사도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문재인 대세론, 끝까지 갈까
황 대행과 안 지사는 연초만 해도 3~4% 정도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쳤으나 최근엔 10%대 중·후반을 기록했다. 안 지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실시한 조사(전국 유권자 1007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19%를 나타냈다. 1월 첫째주 3%에서 2월 첫째주 10%를 기록한 데 이어 급상승한 것이다. 황 대행은 같은 기간 3%→9%→11%로 올랐다.
13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안 지사는 지난주 대비 3.7%포인트 오른 16.7%를 나타냈고, 황 대행은 2.9%포인트 상승한 15.3%의 지지율을 기록, 두 사람은 치열한 2위 경쟁을 하는 양상이다.

대세론 함정의 또 다른 근거는 1위 주자를 제외한 다른 세력들을 뭉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야권에서 ‘문재인 대세론’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은 진작부터 있어왔다. 제3세력 빅텐트론이 대표적이다. 여권에서도 ‘문재인 대세론’을 겨냥한 범보수 연대론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의 여론조사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느냐도 대세론 지속에 회의론을 제기하는 근거다. 각종 여론조사 응답률은 대체적으로 10%대를 나타내고 있다. 10명에게 전화를 하면 1~2명 가량 조사에 응한다는 얘기다. 조사에 응하더라도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무응답 또는 지지후보 없음 답변이 10~20%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가운데 보수층 무응답 또는 지지후보 없음 답변은 진보의 두 배 가량 된다. 한국갤럽의 2월 둘째주 조사에서 지지하는 대선 후보가 없다거나 모름 또는 거절 답변은 진보층이 11%인데 비해 보수층은 20%로 나타났다. 보수층이 높게 나타난 것은 황 대행 이외에 뚜렷하게 부각되는 보수 주자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황 대행도 출마 여부가 불투명해 보수층 무응답률을 높이는 이유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만약 보수 후보가 뚜렷하게 정해진다면 마음을 정하지 못한 보수층 유권자들의 이른바 ‘샤이보수’의 선택에 따라 지지율은 출렁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현재의 지지율 조사가 유권자의 표심을 정확히 읽는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미국 대선 때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해 여론조사의 정확도에 의문이 제기됐다. 한국의 경우도 지난해 4월 총선 전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점쳤으나 빗나가면서 여론조사 신뢰도는 떨어졌다.

대세론의 고질적인 함정은 ‘자살골’이다. 문 전 대표가 영입한 표창원 민주당 의원의 박근혜 대통령 패러디 전시 파문은 문 전 대표에게 상당한 상처를 안겼다.

‘문재인 대세론’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될 사람한테 몰아주자는 유권자의 심리, 즉 ‘밴드왜건 효과’를 무시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황 대행과 안 지사가 치고 올라오고 있지만 아직 문 전 대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들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과 동시에 문 전 대표의 지지율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행과 안 지사의 지지층과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이 그렇게 많이 겹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물론 호남에서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을 뺏어오는 측면이 있지만 대세론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게 문 전 대표 측 주장이다.

비문(비문재인) 세력들의 제3지대 빅텐트론이 사그러들고 있다는 점도 ‘문재인 대세론’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 전 총장이 대선 무대에서 사라지면서 빅텐트의 한 기둥이 무너졌다.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고, ‘제3의 길’을 주도했던 국민의당도 주춤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6주 연속 하락, 지난주 보다 2.7%포인트 내린 5.6%로 정의당(6.8%)보다 낮았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국민의당과 통합을 선언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는 당에 남아 있겠다는 의중을 밝혔다. 때문에 제3지대론은 ‘스몰텐트’로 위력이 약해질 전망이다.

그러는 사이 문 전 대표는 매주 정책 공약을 발표하며 유권자들에게 안정감과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심어주려 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전이 끝날때까지 어떤 변수가 언제 터질지 몰라 대세론 지속 여부를 쉽사리 판단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역대 대선에서 대세론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당장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에 대해 언제, 어떻게 결론 내리느냐에 따라 대선판은 달라질 수 있다. 대세론 지속 여부에 대한 속단은 금물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