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평창동계올림픽 그리고 바둑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필자가 속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주부터 공식 마스코트인 ‘수호랑’ 배지를 달기 시작했다. 이번주에는 현지 출장도 예정돼 있다. 평창 쪽으로의 발걸음이 점점 잦아질 것 같다.

동계종목은 쇼트트랙이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1992년부터 빛을 보기 시작했다. 평창이 처음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2001년만 해도 쇼트트랙 외에는 빙속 1000m의 김윤만(1992년)만이 메달리스트일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까지 동계종목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2010년 밴쿠버에서는 김연아와 함께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도 금메달을 따내며 종합 5위라는 호성적을 냈다. 아마도 내년에는 대회 개최국으로서 많은 종목에, 더 많은 선수가 나갈 것이고, 종합 4위를 목표로 잡은 성적에도 기대가 크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동계종목은 대단한 확장성을 가질 것이다.

그런데 바둑계로 눈을 돌리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한국 바둑의 답답한 현실 때문이다. 성적과 보급 모두 여의치 않고, 스포츠로서는 전·후방산업이 미약한 상황에서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의 쇄도에 직면해 있다. 일선에 있던 사람으로서 엄습해 오는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필자의 제1회 잉창치배 우승(1989년)부터 한국 바둑은 20년 이상 전성기를 구가했다. 특히 2000년부터 3년간은 세계대회 23연속 우승이라는 거짓말 같은 일을 이뤄냈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바둑에 걸린 3개의 금메달을 석권하기도 했다. 맛난 음식도 어쩌다 한 번씩 먹고, 좋은 일도 가끔 있어야 가치를 소중히 느끼는 법인데 한국 바둑의 경우는 너무 과했나 보다. 언제부터인가 세계대회에서 우승해도 ‘또 한 번 했나 보다’ 정도로 반응이 시들하더니 급기야는 자국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선택받지 못하기에 이르렀다. 공교롭게도 그 즈음부터 정상급 간의 대결에서 중국에 밀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바둑은 여가 선용은 물론 청소년 성장에 유익하며 한국인의 고유한 가치 체계를 전승하고 통합하는 순기능을 많이 보여줬다. 더구나 바둑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일은 앞으로 세계화 측면에서 발전의 큰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기이므로 정책적 지원이 긴요하다. 필자가 국회에 들어와서 ‘바둑진흥법’을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만간 그 공청회가 열린다. 바둑을 사랑하는 국민의 많은 성원을 기대한다.

조훈현 < 새누리당 국회의원 chohoonhyu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