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사상 최대 판매에도…웃지 못한 LPG업계
국내 액화석유가스(LPG) 판매량이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LPG 업계는 웃지 못하고 있다. LPG 차량이 지난해 9만대 넘게 감소하며 핵심 수요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데다 국내 2위 LPG 수입사인 E1은 자회사 부실로 지난해 7년 만에 적자(당기순이익 기준)를 냈기 때문이다.

1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LPG 판매량은 938만7000t으로 전년(779만4000t)보다 20%가량 늘었다. 이전 사상 최대 기록인 2009년 판매량(929만t)을 뛰어넘었다. 석유화학용 LPG 판매가 2015년 176만4000t에서 지난해 331만3000t으로 88% 급증한 영향이 컸다. 반면 최대 수요처인 차량용 LPG 판매는 371만5000t에서 351만5000t으로 5% 넘게 줄었고 가정·상업용 LPG 판매도 정체 상태다.

업계는 석유화학용 LPG가 시장 상황에 따라 수요가 들쭉날쭉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석유화학사들은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나프타, LPG 등을 원료로 해 화학제품을 생산한다. 작년에는 LPG 가격이 급락하면서 나프타 대비 가격 경쟁력이 커졌다. 석유화학용 LPG 판매가 급증한 배경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상황이 바뀌면 석유화학용 LPG 판매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가장 안정적인 수요처로 꼽히는 차량용 LPG 판매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LPG차가 휘발유차와 경유차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어서다. 국내 LPG차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218만5000대로 1년 전보다 9만대 감소했다. LPG차는 2015년에도 8만대가량 줄었다. LPG차만 쳐다봐야 하는 LPG충전소들은 급격한 수요 감소로 울상을 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1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38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E1 개별재무제표만 놓고 보면 528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E1이 지분 81.8%를 보유한 LS네트웍스(878억원 순손실)의 실적이 반영되면서 적자전환했다. E1이 순손실을 낸 것은 LPG 가격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한 2009년 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업계 1위인 SK가스가 석유화학용 LPG 판매 증가 등에 힘입어 지난해 전년 대비 157.6% 늘어난 1886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LPG 업계는 신규 수요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대 현안은 레저용 차량(RV) 규제다. RV는 7인승 이상만 LPG 차량으로 제작할 수 있는데 LPG 업계는 이 기준을 5인승까지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단기간에 규제 완화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대한LPG협회는 LPG로 냉난방을 하고 여기서 나오는 배출가스(이산화탄소)를 작물 재배에 활용하는 스마트 온실 사업을 농촌진흥청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 등과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LPG 선박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김수현 LPG협회 기획관리본부 부장은 “지난해 LPG 판매량이 늘었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