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문. / 한경 DB
서울대 정문. / 한경 DB
[ 조아라 기자 ] 학교측의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주장하며 행정관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대 학생들의 의견이 갈렸다. 점거농성 해제 여부를 놓고 밤새 격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체결된 협약을 이제 와서 되돌리기는 힘들 것"이라며 "타협을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흘러나왔다.

10일 서울대 점거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부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를 열어 행정관 점거 관련 논의와 표결을 진행했다. 전학대회는 이날 오전 8시까지 13시간 동안 계속됐지만 정리된 입장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애초에 이번 전학대회에서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위한 2017 본부 점거 투쟁계획안'에 대해서만 찬반 투표를 벌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의 중 점거농성을 풀자는 안건이 발의됐다. 그러면서 두 가지 안건 중 택일하는 방식으로 변경돼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에서 과반(50표) 의결을 받은 안이 없어 다수 득표안(찬성 41표)인 점거농성 해제안을 다시 한 번 찬반 표결에 부쳤다. 하지만 이 안도 찬성 35표, 반대 44표, 기권 16표로 끝내 부결됐다.

전학대회에서의 결론 도출 실패에 따라 시흥캠퍼스 설립을 반대하는 행정관 점거농성은 일단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본부를 점거 중인 한 학생은 다소 지친 목소리로 "전학대회에서 (점거농성 말고)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이미 체결한 시흥캠퍼스 설립 협약을 취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본부 점거농성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점거농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교수들도 학내갈등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달 2일 서울대 교수와 직원 등이 참여하는 의결기구인 평의원회는 '점거 해제를 위한 호소문'을 발표해 "점거농성이 평화적으로 해결돼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학생사회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날 조흥식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을 비롯한 20여 명의 교수들 역시 '본부 점거농성 사태를 우려하는 서울대 교수 일동' 명의 호소문을 내놓았다. 지난 7일에는 서울대 평교수들과 점거농성 중인 학생들이 간담회를 갖고 시흥캠퍼스 문제해결을 논의했으나, 입장 표명 외에 뚜렷한 결론은 없이 헤어진 바 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사업은 10년 전인 2007년부터 추진됐지만 학생들의 강력 반발에 밀려 표류하고 있다. 학교 측은 드론·빅데이터·자율주행차 등 융합연구와 미래 핵심역량 강화를 위해 시흥캠퍼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작년 8월에는 서울대와 시흥시 등이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비민주적 결정 절차와 교육공공성 파괴 우려 등을 이유로 같은해 10월10일 점거에 돌입, 꼬박 4달 동안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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