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쓰는 “손이 시려워, 발이 시려워”란 말은 잘못된 어법. ‘시려워’란 표현이 있기 위해선 ㅂ불규칙인 기본형 ‘시렵다’란 말이 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우리말에 그런 단어는 없어요. 이 말의 바른 형태는 ‘시리다’이고, 이를 활용하면 ‘시려’가 됩니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맞춤법 공략하기 (26) '손이 시렵다'란 말은 없다
아직은 한겨울 추위가 가시지 않았지만 남녘에는 어느새 봄이 가까이 다가왔다. 지난 7일 부산에서는 매화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려 때이른 봄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절기상으로도 입춘(2월4일)을 지나 우수(2월18일)를 앞두고 있다. 우수(雨水)는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때이니,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을 맞는 시기다.

‘시려워’가 아니라 ‘시려’가 바른말

그러니 이번 겨울엔 눈 내리는 속에 손을 호호 불어가며 눈싸움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럴 때 흔히 “손이 시려워, 발이 시려워”란 말을 쓰지만 우리가 그동안 살핀 용언의 활용으로 보면 잘못된 어법이다. ‘시려워’란 표현이 있기 위해서는 ㅂ불규칙인 기본형 ‘시렵다’란 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말에 그런 단어는 없다. 이 말의 바른 형태는 ‘시리다’이고, 이를 활용하면 ‘시려’다. 전에 살펴봤듯이 ㅂ불규칙이란 ‘ㅂ’ 받침으로 끝나는 용언 중 일부가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로 활용할 때 받침 ‘ㅂ’이 ‘우’로 바뀌는 현상이다. ‘괴롭다, 밉다, 무겁다, 맵다, 아름답다’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예외 없이 어미가 ‘워’로 바뀐다.

그런데 ‘시렵다’란 말 자체가 없으니 “찬바람에 코끝이 시려워…” 같은 표현은 틀린 말일 뿐이다. ‘시렵다’나 ‘시려워’ 같은 표현이 널리 쓰이게 된 데는 아마도 어릴 때 누구나 알고 즐겨 부르던 동요 ‘겨울바람’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그것은 이른바 ‘시적 표현’으로, 어느 정도 작자의 창조성이 허용되는 영역이라 단순히 규범의 잣대로 평할 부분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글쓰기에서는 ‘시렵다’나 ‘시려워’ 같은 말은 틀린 말이다.

불규칙 용언에는 그동안 살핀 것 외에도 ‘여’ 불규칙이 더 있다. 이는 동사 ‘하다’의 활용에 관한 규정이다. 어간 ‘하-’ 뒤에는 모음조화에 따라 원래 어미 ‘-아’가 결합(하+았다)해야 한다. 그런데 ‘하-’ 뒤에서는 분명히 [여]로 발음되기 때문에, 이를 인정해 ‘여’로 적기로 한 것이다. 간혹 모음조화를 염두에 두고 서술어 ‘하였다’라는 말을 ‘하았다’로 써야 하는 것 아닌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하였다’로 쓰는 이유는 그런 까닭이다.

‘푸르르다’는 규칙 용언이다

한경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한경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거라’ 변칙도 알아둘 만하다. 한글맞춤법에서는 이를 따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 까닭은 이 말의 쓰임새가 명령형 한 가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령 흔히 말하는 “늦지 말고 밤 10시까지는 들어오거라”라는 문장은 어법에 맞는 말일까? 그렇지 않다. ‘들어오거라’가 아니라 ‘들어오너라’라고 해야 한다. 명령형 종결어미 ‘-거라’는 ‘가거라/자거라/있거라/먹거라’처럼 쓰인다. 이때 중요한 것은 ‘-거라’는 <‘오다’를 제외한 동사 어간 뒤>에 붙는다는 점이다. 즉, ‘오다’나 ‘오다’로 끝나는 동사 어간 뒤에는 ‘-너라’가 붙는다는 점을 기억해둬야 한다. ‘이리 오너라/어서 나오너라’ 같은 게 있다. ‘-거라’변칙은 이 용법 한 가지밖에 없다.

용언의 활용법을 마무리하면서 팁으로 ‘푸르다’와 ‘푸르르다’의 불규칙성을 알아보자. ‘푸르다’가 ‘러’불규칙임은 이미 전에 살폈다. 과거엔 ‘푸르르다’를 틀린 말로 봤으나 2015년 말 ‘푸르다를 강조해서 이르는 말’로 표준어가 됐다. 그러다 보니 이 말도 ‘러’불규칙인 것인지 헷갈려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푸르르다’가 활용하면 ‘푸르르게, 푸르르니, 푸르른, 푸르러’가 된다. ‘푸르다’의 활용과 비슷한 것 같지만 구성이 다르다. ‘푸르르+어→푸르러’의 구조다. 어떤 어미가 와도 어간이 변하지 않으므로 이 말은 규칙 용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