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맞춤법 공략하기 (26) '손이 시렵다'란 말은 없다
‘시려워’가 아니라 ‘시려’가 바른말
그러니 이번 겨울엔 눈 내리는 속에 손을 호호 불어가며 눈싸움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럴 때 흔히 “손이 시려워, 발이 시려워”란 말을 쓰지만 우리가 그동안 살핀 용언의 활용으로 보면 잘못된 어법이다. ‘시려워’란 표현이 있기 위해서는 ㅂ불규칙인 기본형 ‘시렵다’란 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말에 그런 단어는 없다. 이 말의 바른 형태는 ‘시리다’이고, 이를 활용하면 ‘시려’다. 전에 살펴봤듯이 ㅂ불규칙이란 ‘ㅂ’ 받침으로 끝나는 용언 중 일부가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로 활용할 때 받침 ‘ㅂ’이 ‘우’로 바뀌는 현상이다. ‘괴롭다, 밉다, 무겁다, 맵다, 아름답다’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예외 없이 어미가 ‘워’로 바뀐다.
그런데 ‘시렵다’란 말 자체가 없으니 “찬바람에 코끝이 시려워…” 같은 표현은 틀린 말일 뿐이다. ‘시렵다’나 ‘시려워’ 같은 표현이 널리 쓰이게 된 데는 아마도 어릴 때 누구나 알고 즐겨 부르던 동요 ‘겨울바람’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그것은 이른바 ‘시적 표현’으로, 어느 정도 작자의 창조성이 허용되는 영역이라 단순히 규범의 잣대로 평할 부분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글쓰기에서는 ‘시렵다’나 ‘시려워’ 같은 말은 틀린 말이다.
불규칙 용언에는 그동안 살핀 것 외에도 ‘여’ 불규칙이 더 있다. 이는 동사 ‘하다’의 활용에 관한 규정이다. 어간 ‘하-’ 뒤에는 모음조화에 따라 원래 어미 ‘-아’가 결합(하+았다)해야 한다. 그런데 ‘하-’ 뒤에서는 분명히 [여]로 발음되기 때문에, 이를 인정해 ‘여’로 적기로 한 것이다. 간혹 모음조화를 염두에 두고 서술어 ‘하였다’라는 말을 ‘하았다’로 써야 하는 것 아닌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하였다’로 쓰는 이유는 그런 까닭이다.
‘푸르르다’는 규칙 용언이다
‘거라’ 변칙도 알아둘 만하다. 한글맞춤법에서는 이를 따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 까닭은 이 말의 쓰임새가 명령형 한 가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령 흔히 말하는 “늦지 말고 밤 10시까지는 들어오거라”라는 문장은 어법에 맞는 말일까? 그렇지 않다. ‘들어오거라’가 아니라 ‘들어오너라’라고 해야 한다. 명령형 종결어미 ‘-거라’는 ‘가거라/자거라/있거라/먹거라’처럼 쓰인다. 이때 중요한 것은 ‘-거라’는 <‘오다’를 제외한 동사 어간 뒤>에 붙는다는 점이다. 즉, ‘오다’나 ‘오다’로 끝나는 동사 어간 뒤에는 ‘-너라’가 붙는다는 점을 기억해둬야 한다. ‘이리 오너라/어서 나오너라’ 같은 게 있다. ‘-거라’변칙은 이 용법 한 가지밖에 없다.
용언의 활용법을 마무리하면서 팁으로 ‘푸르다’와 ‘푸르르다’의 불규칙성을 알아보자. ‘푸르다’가 ‘러’불규칙임은 이미 전에 살폈다. 과거엔 ‘푸르르다’를 틀린 말로 봤으나 2015년 말 ‘푸르다를 강조해서 이르는 말’로 표준어가 됐다. 그러다 보니 이 말도 ‘러’불규칙인 것인지 헷갈려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푸르르다’가 활용하면 ‘푸르르게, 푸르르니, 푸르른, 푸르러’가 된다. ‘푸르다’의 활용과 비슷한 것 같지만 구성이 다르다. ‘푸르르+어→푸르러’의 구조다. 어떤 어미가 와도 어간이 변하지 않으므로 이 말은 규칙 용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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