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만성적인 쌀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벼 재배면적을 여의도의 120배(3만5000㏊)만큼 줄이기로 했다. 쌀 해외 원조도 사상 처음 추진한다. 다만 직불제 개편 등 근본 대책은 이번에 빠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9일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7년 중장기 쌀 수급안정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벼 재배면적 '여의도 120배'만큼 줄인다
◆벼 재배 감축 목표 확대

정부가 ‘중장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처음 내놓은 것은 2015년이다. 당시 정부는 이를 3년 단위로 보완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쌀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공급과잉은 더욱 심각해졌다. 쌀값이 크게 하락하고 재고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정해진 일정을 앞당겨 보완책을 내놓았다.

농식품부는 쌀 생산량 조절을 위해 올해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를 기존 3만㏊에서 3만5000㏊로 늘려 잡았다. 또 지방자치단체별로 목표 면적을 설정하고, 감축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감축 실적이 좋은 지자체는 공공비축미 매입 때 할당량을 줄여주는 식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77만9000㏊에 달했던 벼 재배면적이 올해 74만4000㏊, 내년엔 71만1000㏊까지 줄어들 것으로 농식품부는 전망했다.

이와 함께 다수확 벼 품종을 보급에서 배제하는 등 단위면적당 생산량 감축을 병행하기로 했다. 쌀 이외 다른 작물 생산 확대를 위해 밭작물 공동경영체 육성, 정부 수매량 조정 등 생산·수요기반도 구축한다.

소비 확대를 위해 쌀 가공식품 프랜차이즈 지원, 아침 간편식 활성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쌀 가공식품 시식·판매를 하는 ‘라이스랩’이라는 카페테리아를 만들기로 했다.

◆“근본 대책으로는 부족”

정부는 국내에 남아도는 쌀을 해외로 내보내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해외 식량 원조에 나서기로 했다. 올 상반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 비상 쌀 비축제(APTERR)’를 통해 1000t 내외 소규모 원조를 한다. APTERR은 한국 중국 일본과 아세안 회원국들이 비상시 쌀 지원을 위해 맺은 협정이다. 농식품부는 APTERR을 통해 쌀 지원을 요청한 미얀마와 캄보디아에 우선 쌀을 보낼 계획이다.

식량원조협약(FAC) 가입을 위한 절차도 추진한다. FAC에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 14개국이 가입해 있다. 농식품부는 최적 공여 물량 설정 등 가입 절차를 연내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식량 원조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는 복지용 가공용 사료용 등 쌀 공급 확대를 위해 지난해 64만t 수준이던 정부 양곡 판매량을 올해 118만t까지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당 810원이던 복지용 쌀 가격은 올해 생계·의료 급여 대상자 140원, 주거·교육급여·차상위계층 700원 등으로 대폭 낮춘다.

이날 대책에는 쌀 시장 왜곡과 공급과잉을 초래한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쌀 직불금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개편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보완 대책이 자칫 변죽만 울리는 ‘땜질식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농식품부와 기획재정부의 직불제 개편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후 의견 수렴 과정 등을 거쳐 연내 개편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