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19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국악 복합공연 ‘해미오와 금이에’.
오는 18~19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국악 복합공연 ‘해미오와 금이에’.
무대 뒤편 중앙에 해금 연주자 한 명이 앉았다. 왼손으로는 현을 짚어 떨면서 오른손으로 활을 빠르게 움직이자 날카로운 음이 반복해 들렸다. 옆에선 낮은 음의 피아노 반주와 쿵쾅거리는 타악 소리가 가세했다.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긴장감이 돌았다. 무대 앞쪽에 선 남자 무용수 둘은 서로 엇갈리며 도약하고, 몸을 부딪히기도 하며 결투하듯 춤을 췄다. 무대 양 끝엔 남녀 배우 둘이 서서 대사를 주고받았다. “해미오의 칼끝은 금슬의 목을 겨눕니다!” “해미오의 가슴에 두려움과 죄책감이 차오릅니다.” 해금 연주가 갑자기 느려지며 긴 한숨을 토해내는 듯한 소리를 냈다.

올해로 창단 25주년을 맞는 해금연구회가 오는 18~19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해미오와 금이에’ 중 ‘하얀 어둠’의 한 장면이다. ‘해금, 셰익스피어를 만나다’ 시리즈의 두 번째 공연인 이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국악기로 재해석한 것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창작산실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통예술 분야 공연이다.

지난 8일 서울 신림동의 서울대 음대 국악관현악 연습실에서 열린 리허설에는 해금 연주자들과 현대무용수, 연극배우까지 20여명이 모였다. 총 7장 중 4개 장면에 등장하는 출연진의 일부다. 공연엔 모두 83명이 무대에 선다. 해금연주자가 66명으로 가장 많고, 아쟁 가야금 타악 피아노 등 객원연주자 8명, 무용수 4명, 배우 4명, 지휘자 1명 등이다.

공연은 원작을 7개 장면으로 나눠 곡을 붙였다. 해금 24중주곡 ‘다른 이름의 장미’, 해금 연주에 피아노, 타악, 대아쟁이 가세한 ‘꽃이 피다’ 등이다. 서홍준(양악), 김태근(광고·뮤지컬·무용), 양승환(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작곡가들이 협업해 현대적인 국악 가락을 선보인다.

희곡이 원작이지만 대사 비중은 많지 않다. 대신 무용수들의 몸짓으로 등장인물의 감정을 표현한다. 현대무용이나 탱고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했다. 권우경 연출가는 “전통악기가 중심인 공연에 현대적 요소를 더해 누구나 편히 즐길 수 있는 무대를 꾸몄다”고 설명했다. 등장인물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선 애니메이션 영상을 무대 뒷배경으로 쓴다.

원작에다 해금이 만들어진 이야기를 꾸며 덧붙이기도 했다. 서로 반목하던 해씨 가문과 금씨 가문은 자식들을 잃은 뒤 싸움을 그만두기로 한다. 각자 집안에 내려오는 북과 활을 더해 평화를 기원하는 악기를 만들고, 서로의 성씨를 더해 ‘해금’이라 부르게 됐다는 얘기다.

섬세하고 오묘한 해금 소리가 극을 풍부하게 한다. 양경숙 해금연구회 예술감독은 “해금은 아이의 익살스러운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한에 찬 여성의 울음소리를 흉내낼 수도 있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악기”라고 설명했다.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젊은이들의 풋풋한 감정부터 가족 간 다툼에 애인을 잃은 비감까지 폭넓은 감정을 다룰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해금의 매력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대중적인 셰익스피어 작품을 선택했다”며 “국악기의 오롯한 매력을 모두 볼 수 있는 공연”이라고 말했다. 2만~4만원. 010-2653-7214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