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1위 극장업체로 떠오른 중국 완다그룹의 완다시네마. Getty Images Bank
잇단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1위 극장업체로 떠오른 중국 완다그룹의 완다시네마. Getty Images Bank
세계 1위 극장업체인 중국 완다그룹은 지난달 북유럽 1위 극장 사업자 노르딕시네마를 인수했다. 노르딕시네마는 스웨덴, 노르웨이 등 5개국에 469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 AMC와 카마이크, 유럽 1위 오데온, 호주 1위 호이츠 극장 등을 잇달아 인수한 완다는 노르딕시네마를 포함해 세계 16개국에 1만3600여개 스크린을 확보하게 됐다.

"덩치 키워야 산다"…세계 미디어·엔터업계 M&A 열풍
미국 극장업체 리갈(7300여개)을 제외한 ‘글로벌 빅5’ 극장 업체들은 ‘인수합병(M&A) 전쟁’에 한창이다. 미국의 시네마크는 14개국 5800여개, 멕시코의 시네폴리스는 13개국 4700여개, 한국 CJ CGV는 8개국 2700여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서정 CJ CGV 대표는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17 상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글로벌 통신·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에 M&A바람이 몰아쳐 ‘국경을 넘는 초대형화’ ‘수직통합’ ‘이종산업 결합’ 등 세 가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덩치 키워야 산다"…세계 미디어·엔터업계 M&A 열풍
완다는 극장사업의 초대형화 외에 콘텐츠산업 수직통합에도 앞장서고 있다. 중국 내 영화 투자·배급 시장에 뛰어들어 20%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했고, 광고와 테마파크 분야로도 확장했다. 또 해외 콘텐츠시장에 눈을 돌려 지난해 할리우드 대형 영화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를 사들였다. 완다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도 인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최근엔 영화 시상식 골든글로브, 빌보드 뮤직 어워드 시상식 등 TV 프로그램 제작사인 딕 클라크를 인수했다. 왕젠린(王健林) 완다그룹 회장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매년 50억~100억달러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거대 통신·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결합한 공룡기업이 잇따라 탄생하고 있다. 미국 2위 이동통신업체 AT&T는 지난해 영화, 방송, 게임 사업을 아우르는 미디어업계 3위 타임워너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케이블방송 및 이동통신업체인 컴캐스트는 영화, 방송, 테마파크 등을 운영하는 NBC를,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은 광고 콘텐츠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인터넷 업체 AOL과 야후를 인수했다. 이 같은 수직통합 바람은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전쟁에 대비해 비용과 위험을 줄여 안정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종산업 결합도 빼놓을 수 없는 대세다. 중국과 미국 등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본격 진입하고 있어서다. 2015년 텐센트픽처스를 설립한 중국 IT업체 텐센트는 올해까지 3억달러 이상을 영화 등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영화 배급사 STX엔터테인먼트에 지분 투자했고, 메이저 스튜디오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10월 자회사인 알리바바픽처스를 통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설립한 영화 제작사 엠블린파트너스에 지분 투자했다. 애플, 아마존, 구글 등도 음악,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의 콘텐츠를 제작 또는 유통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콘텐츠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플랫폼사업자인 넷플릭스 등을 인수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서 대표는 “세계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며 “한국도 체급을 키워 글로벌 기업들의 거센 공세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재혁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