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 모바일납부에 '태클'거는 행자부
지방세 스마트납부 시장을 놓고 행정자치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스마트 세금납부는 지방세 고지서를 모바일로 받은 뒤 모바일뱅킹이나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수단으로 납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시장 규모는 연간 60조원에 달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와 부산시 등 주요 지자체는 시중은행, 정보기술(IT)기업 등과 손잡고 스마트 세금납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행자부가 스마트 세금납부 시스템과 관련해 개인정보 보호나 안전성을 이유로 지자체들의 시스템 도입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2015년 우리은행과 함께 세금납부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행자부의 까다로운 요구 등으로 서비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도 지난해 농협·신한은행 등과 스마트 세금납부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행자부의 지침이나 점검 요구 때문에 서비스 시행시기를 올 하반기로 미뤘다.

지자체들은 납세자인 국민의 편의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지방세기본법을 고쳐 스마트 세금납부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지방세기본법은 세금고지서 송달 수단으로 종이 고지서와 정부 전자메일로만 한정하는데 여기에 모바일 고지서까지 추가해야 한다는 게 지자체들의 요구사항이다. 지난해 김성태 새누리당 국회의원 등이 모바일 고지서를 법제화하는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행자부는 ‘시범사업을 해 본 뒤 추후 정부 차원의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법 개정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금융·IT업계에선 행자부가 자체 앱을 내놓고 지자체·민간과 경쟁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자체와 은행 등이 스마트 세금납부 시스템을 개발 중인 상황에서 행자부가 ‘스마트 위택스(wetax)’ 앱에 간편결제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행자부 관계자는 “간편결제 서비스는 자체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작은 지자체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