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삼성전자가 주춤한 사이 중국 오포가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선두로 올라섰다. 무서운 신예 오포는 2015년부터 점유율을 높이더니 작년 4분기에는 삼성전자는 물론 애플, 화웨이 등 쟁쟁한 경쟁자를 모두 제치고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스마트폰과 중국 전역에 깔린 24만여개 오프라인 유통망을 앞세워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시장 공백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갤노트7' 틈 파고든 중국 오포…삼성 순식간에 5위로
‘갤노트7 단종’의 반사이익 누려

5일 미국 시장조사회사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9.4%의 점유율을 보이며 5위로 뒷걸음질쳤다.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까지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빅3’ 제조사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분기 기준으로 1위 자리를 지켰지만, 노트7 단종 영향으로 4분기 5위로 네 계단이나 밀려났다.

삼성전자가 주춤하는 사이 오포는 12.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처음 1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2015년 4분기 6.7%에서 불과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점유율을 확대했다. 오포에 이어 애플이 12.2%로 2위, 화웨이가 11.1%로 3위, 비보가 10.9%로 4위를 각각 차지했다. 샤오미는 6.3%로 6위, ZTE는 3.3%로 7위였다. 중국 전자회사 BBK의 자회사로 같은 뿌리인 오포와 비보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23.2%로 경쟁사를 압도했다.

작년 하반기 아이폰7을 출시한 애플이 근소한 차이로 2위 수성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트7 단종 영향으로 작년 4분기 일시적으로 시장점유율이 하락했지만 작년 연간 전체로 보면 여전히 삼성 점유율이 1위”라며 “올 상반기 갤럭시S8 출시 효과가 본격화하면 점유율을 되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24만여개 오프라인 매장이 강점

작년 4분기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단연 주목받은 곳은 초고속 성장을 이어간 오포다. 오포와 비보는 BBK 자회사로 형제 기업이다. 돤융핑 BBK 회장은 1995년 회사를 창업해 컴퓨터와 DVD 플레이어, MP3 플레이어 등을 팔면서 큰 재산을 모았다.

1999년 BBK 시청각 사업 부문에서 분사된 오포는 2006년 휴대폰 사업에 진출했다. 오포와 함께 BBK에서 떨어져 나온 비보와 사업 영역이 겹쳤지만 천밍융 오포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최종 의사결정권자였던 돤 회장에게 “휴대폰이 앞으로 모든 것을 집어삼키게 될 것”이라며 불가피성을 호소했다고 한다.

오포의 경쟁력은 이른바 ‘가성비’다. 초저가 제품에 주력하는 샤오미와 달리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하드웨어 성능을 끌어올려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오포 스마트폰 가운데는 ‘세계 최초’란 수식어가 붙은 제품이 적지 않다. 2012년에는 세계 최초로 500만화소 앞면 카메라를 탑재한 ‘유라이크(Ulike)2’를 선보였다. 당시만 해도 앞면 카메라에 500만화소를 적용한 것은 파격이었다.

오포는 지난해 내놓은 베스트셀러 안드로이드폰인 R9, R9s로 중국 시장을 휩쓸었다. 중국 내 24만여개에 달하는 매장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판매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오포 등 중국의 빅3 제조사들이 이제 성능으로 무장한 제품을 무기로 삼성전자와 애플을 위협하고 있다”며 “시장 탈환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힘겨운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이정호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