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300만원 벌어 1천만원 지출 '부자의 가계부'
KEB하나은행이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부자들의 부동산 사랑은 지난해에도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에 부동산 호황이 맞물리면서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한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올해는 부동산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어 금융상품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KEB하나은행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공동으로 PB 고객 10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담은 ‘2017년 한국 부자 보고서’를 2일 내놨다. KEB하나은행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을 부자로 정의해 이들의 자산관리 형태와 경제 습관 등을 분석했다.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중은 각각 49.8%와 50.2%를 차지했다. 부동산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전에 비해 2.7%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사는 부자들은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년 새 3.2%포인트 뛴 53%를 기록했다. 강남3구를 제외한 나머지 서울 지역에서도 부동산 비중은 절반(50%)을 차지했다.

부자들이 보유한 부동산 규모는 시가로 평균 45억원이었다. 상업용 부동산 비중이 43%로 가장 높았으며 거주용 부동산(30%), 토지(15%), 투자용 주택(12%)이 뒤를 이었다. 상업용 부동산 중에서는 상가(55%)와 업무용 오피스텔(22%) 선호도가 높았다.

올해는 부동산 시장 열기가 지난해보다 식을 가능성이 높지만 2명 중 1명꼴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부동산 투자 비중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올해 신규 투자할 부동산 대상으로는 건물·상가(57%), 오피스텔(9%) 등을 꼽았다.

부자들의 자산 축적 방법에서도 부동산이 많이 활용됐다. 부동산 투자로 자산을 축적했다는 부자가 10명 중 3명꼴로 부모 등으로부터 상속·증여(31%)받았다는 응답자 수와 비슷했다.

부자들은 상속·증여 수단으로도 부동산(40%)을 선호했다. 그다음으로는 현금·예금(30%)을 꼽았다.

올해는 금융상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부자들이 늘었다. 부동산 비중을 줄이는 대신 금융자산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응답이 전체의 24%로, 금융자산 비중을 줄이고 부동산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자(12%)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올해 투자할 금융상품으로는 10명 중 6명꼴로 지수연계증권(ELS)과 지수연계신탁(ELT)을 선택했다.

부자들의 월평균 지출액은 970만원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분석한 일반 가구 월평균 지출액(342만원)의 세 배에 육박했다. 부자들의 월평균 소득은 2326만원으로 소득의 약 42%를 소비했다.

부자들은 자녀가 결혼할 때 아들에게는 7억4000만원, 딸에겐 6억2000만원을 썼다. KEB하나은행은 “국내 결혼정보업체가 조사한 지난해 일반인 평균 결혼비용(남성 1억7000만원, 여성 1억145만원)에 비해 4~6배가량 많다”며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으로 신혼집 비용이 늘어난 데다 예단·혼수, 예식 비용이 일제히 상승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