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 빨간 뚜껑 소주 살아있네
알코올 도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저도주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여전히 도수 높은 전통 소주를 선호하는 ‘주당’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알코올 도수 25도짜리 소주 ‘진로골드’ 출고량은 2006년 276만병에서 작년 483만병으로 크게 늘었다. 10년간 증가율은 75%에 달한다. 저도주가 인기를 끌자 대부분 소주 제조업체가 16~17도까지 도수를 낮췄지만 하이트진로는 1993년 나온 진로골드만큼은 25도로 유지하고 있다. 소주의 정통성을 지키자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이 회사 대표 제품인 ‘참이슬 후레시’(17.8도)와 ‘참이슬 클래식’(20.1도)에 비해 도수가 높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진로골드를 주로 찾는 소비자는 주류업계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이라며 “1970년대 ‘소주=25도’가 공식이던 때부터 마시기 시작한 소비층이 여전히 전통적인 소주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진로골드 판매량은 최근 10년 500만병 안팎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독한 소주를 다시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단종된 제품을 다시 내놓은 기업도 있다. 전남·광주에 기반을 두고 있는 주류업체 보해양조는 지난달 19일 2007년 저도주 인기에 밀려 단종됐던 23도짜리 소주 ‘보해골드’를 10년 만에 다시 내놨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독한 소주에 대한 향수가 있는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재출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1920년대 국내에서 소주가 처음 나왔을 당시엔 30도대였다. 1970년대 들어 국내 1위 소주업체이던 진로(현 하이트진로)가 25도짜리 소주를 출시하면서 ‘소주=25도’가 공식이 됐다. 이후 이 회사의 ‘참이슬’이 1998년 23도로 나오면서 공식이 깨졌다. 2006년 순한 소주 열풍에 다시 19.8도로 내려가며 20도의 벽마저 허물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 도수가 계속 내려가다 보니 상대적으로 독한 전통 소주들이 프리미엄 술로 인식되면서 희소성을 갖는 것도 독한 소주 시장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