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당당한 삶을 위한 법 사용법
독일 함부르크에 살고 있던 여성 아리아네는 집 근처에만 가면 마음이 불편해졌다.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주범은 다름 아닌 방범용 감시 카메라. 보안을 위해 경찰이 설치한 카메라만 12대에 달했다. 이 카메라들은 때론 창문을 통해 자신의 방안까지 비추고 있는 것 같았다.

아리아네는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의 지나친 감시가 개인의 사생활까지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법원은 함부르크 경찰에 방범용 감시 카메라를 설치할 때도 주택 입구는 제외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개인이 어떻게 법을 의심하고 행동하며 바꿔 나가는지를 추적한다. 저자는 미국 뉴욕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저작권 전문 변호사 폴커 키츠다.

그는 ‘헌법의 고장’ 독일에서 일어난 19건의 실제 사건을 통해 진정한 법의 의미와 책임에 대해 되짚는다. 주제도 다양하다. 시민의 항명을 폭력으로 볼 수 있는지, 예술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직장에서 양심의 자유가 억압될 수 있는지 등이다. 진정한 법치를 위해선 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는 특히 “세상이 어지러울 때에는 법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법의 사용법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당당하게 권리를 요구하고 자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