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독일 뿌리산업 vs 한국 뿌리산업
뒤스부르크 에센 보훔 도르트문트가 포진한 루르 지방은 독일 공업의 중심지다. 질 좋은 석탄이 나는 데다 라인강의 지류인 루르강을 끼고 있어 물류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에센에선 1811년 철강업체 크루프가 문을 열었다. 프리드리히 크루프가 설립한 크루프는 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던 막강한 ‘크루프포’를 생산하던 곳이기도 하다. 티센은 1871년 아우구스트 티센이 루르 지방에 설립한 철강회사다. 양사는 1999년 합병해 티센크루프로 새출발했다.

독일 철강산업이 처음부터 강했던 것은 아니다. 원래 철강 종주국은 영국이다. 코크스제철법은 1709년 영국에서 개발됐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이라는 지위를 확고히 다졌다. 영국은 철강기술을 국가기밀로 취급했다. 19세기 프랑스와 독일은 피눈물 나는 노력 끝에 영국을 따라잡았다.

獨, 뿌리산업은 첨단산업 간주

독일이 기계와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은 소재산업인 철강과 이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주물 열처리 도금 단조 등 뿌리기술이 든든한 밑바탕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의 뿌리기술을 지닌 독일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2억5000만유로(약 3122억원)의 ‘하이테크’ 지원금을 뿌리산업에 쏟아부을 정도로 이 산업을 중시하고 있다. 뿌리산업을 단순히 ‘기반기술’이 아니라 ‘첨단기술’로 보는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이달 중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엔 180여명의 주물업체 관계자들이 모였다. 영하 10도의 추위 속에서 이들이 모인 것은 ‘제값을 받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최근 주조산업은 조선업의 쇠락과 자동차 등 대기업 공장의 해외 이전으로 생산량이 줄고 단가 인하로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원·부자재 가격 급등과 최저임금, 전기료 인상 등으로 제조 원가가 상승하고 있는데 이런 요소들이 납품 단가에 반영되지 않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주물업체 A사의 경우 2012년 370억원이던 매출이 2016년 230억원으로 37.8%로 줄었고 이 기간 중 생산물량이 1만7000t에서 1만2500t으로 26.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합당하게 납품 단가를 인상해 주지 않으면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韓, 채산성 악화로 존속 기로

문제는 채산성 악화만이 아니다. 뿌리산업에서 내국인 근로자가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쇳물을 받아낼 사람도 없고 이를 담금질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일감 감소, 채산성 악화, 생산 인력난이라는 3각 파도가 뿌리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주물 열처리 도금 등 대다수 뿌리산업의 공통 과제다.

정부는 뿌리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화단지 조성, 핵심기술 개발, 전문인력 양성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올해 산업통상자원부의 뿌리산업 관련 예산은 지난해 490억원보다 14% 줄어든 420억원에 불과하다. 이를 과감하게 늘리고 생산직 근로자를 위한 지원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 바탕에는 뿌리산업이야 말로 첨단산업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뿌리산업이 사라지면 그 위에서 열매를 키워내는 자동차 전자 금속 기계 중장비 등 수많은 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올해는 ‘뿌리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원년’이 돼야 한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