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 e단조'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는 러시아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한 다음에는 볼쇼이 극장의 지휘자로도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작곡가로 일할 시간이 모자란다는 점이 워낙 예민한 성격의 라흐마니노프를 괴롭혔다. 결국 볼쇼이 극장에 사표를 던지고 독일 드레스덴에서 수년간 지내던 시절에 작곡한 산물이 교향곡 제2번 e단조(1908)다.

러시아 악단의 대선배 표트르 차이코프스키를 존경했고 그의 길을 따라간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센티멘털리즘이 호사스럽게 펼쳐진다. 1악장은 유장하고, 2악장은 활기차며, 3악장은 황홀할 정도로 감미롭고, 4악장은 휘황찬란한 행진곡을 연상시킨다.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긴 곡이지만 결코 비관적으로 끝맺지 않는다. 게다가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처럼 드라마틱해 쉽게 푹 빠져서 듣게 된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