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통상 1월 하순 여는 전년 4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새해 투자계획을 밝혔다. 정확한 투자 액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작년과 같은 수준” 혹은 “작년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라며 대략적인 수준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엔 “계획 자체를 확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검찰 수사로 인사도 연기한 상황에서 신규 투자 등을 확정짓기 쉽지 않다”며 “과거에 결정된 투자사항만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적발표 직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도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특검 수사에 따른 경영 차질을 우려했다. 이명진 삼성전자 전무는 “단기적인 차원에서 사업 영향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최고경영진의 활동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것이 (특검 수사로) 제한받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내외 경영 환경 변화 등으로 인수합병과 신성장동력 발굴 등에 어려움도 예상된다”고 했다. 특검 수사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에서는 최근 2~3년간 주력 제품이 스마트폰에서 전자부품으로 바뀌는 과정에도 이재용 부회장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애플에 대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급을 담판지었고 지난해엔 OLED 생산을 위한 핵심 장비를 만드는 캐논도키의 일본 본사를 방문해 사실상 독점 공급을 이끌어냈다. 이 전무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 변화와 산업구조 개편 등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며 “경영진은 우려되는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