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작년 12월 대규모 세대교체 인사 이후 공격적 투자와 기업 인수를 이어가면서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는 이미 2조원가량으로 추정되는 중국 상하이세코 지분 인수전에 뛰어든 데다 미국 씨게이트와 합작법인 설립, 보안업체 인수 등을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다. 업계에선 바이오나 액화천연가스(LNG)분야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상하이세코는 중국 석유화학회사로 영국 BP(지분율 50%), 중국 시노펙(30%), 상하이석화공사(20%)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이 중 BP가 보유지분 전량을 매물로 내놨고,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종합화학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오스트리아 보레알리스, 스위스 이네오스와 경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 행보' SK…이번엔 중국 석유화학사 인수하나
SK이노베이션은 연초 “올해 최대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상하이세코 인수를 고려하지 않은 금액이다. SK이노베이션이 상하이세코 지분 인수에 성공하면 올해 투자 규모가 5조원가량으로 늘어난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사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씨게이트와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씨게이트는 저장장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만드는 회사다. 합작이 성사되면 SK하이닉스는 안정적인 낸드 수요처를 확보한다. SK하이닉스는 D램과 달리 취약한 낸드사업을 키우기 위해 내년 6월까지 2조20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청주에 낸드공장을 짓기로 했다.

지주사 SK(주)는 2015년 8월 SK C&C와 합병하면서 반도체 소재, 정보기술(IT) 서비스(인공지능, 빅데이터), 스마트보안·물류, 바이오·제약, LNG를 5대 신성장동력으로 내걸었다. SK(주)가 반도체 웨이퍼를 만드는 LG실트론을 인수한 배경이다. SK(주)는 2015년 반도체 가스업체인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인수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LG실트론 인수를 계기로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떠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K(주)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SK그룹은 SK(주)-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SK하이닉스는 SK(주)의 손자회사다.

문제는 지주사 손자회사가 자회사를 두려면 원칙적으로 지분 100%를 인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가 기술 확보 등을 위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려 해도 쉽지 않은 구조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와 SK(주)를 합병하는 등의 방법으로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만든다는 것이다. SK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얘기만 나오면 “계획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증권가에선 SK(주)가 반도체 소재, 인공지능, 스마트 보안 등 IT사업을 키우는 것은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고 있다.

SK(주)는 지난해 11월 중국 훙하이그룹과 물류 합작사를 설립한 데 이어 보안업체 인수도 추진 중이다. 바이오와 LNG도 SK(주)가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분야다. 특히 차이나가스홀딩스 지분 15%가량을 보유한 SK E&S의 중국 LNG사업 진출 여부도 관심이다. 김장원 IBK증권 애널리스트는 “차이나가스홀딩스는 SK가 중국 LNG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